[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28일 전국 5곳에서 실시되는 10ㆍ28 재ㆍ보선 결과는 여야 잠룡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ㆍ보선 성적표는 여야의 정국주도권의 향배는 물론,당내 역학구도를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야 모두 재ㆍ보선에서 3패를 기록할 경우 지도부 교체론이라는 거대한 후폭풍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미니총선'으로 부르는 이번 재ㆍ보선은 내년 지방선거로 어이지는 징검다리인 만큼 지도부의 지도력의 평가는 곧바로 조기 전당대회 여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의 대표로 첫 시험무대에 오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5개 지역 중 3곳에서 승리할 경우 당 대표의 위상을 굳히는 것은 물론,'박근혜 얼굴' 없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주자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다. 또 내년 지방선거까지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만큼 차기 당대표 재도전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전패하면서 2승 이하의 결과를 얻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입을 다물고 있는 친이계 소장그룹을 중심으로 한 조기전대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높은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좋은 환경에도 수원 장안에서 야당에 역전패를 당했다면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당 안팎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정 거리를 유지해왔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직접적인 평가보다는 한나라당의 재ㆍ보선 패배에 따른 후폭풍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친이계 한 재선의원은 "박 전 대표가 재ㆍ보선에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책임론을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현 지도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대선주자로서 국정운영에 책임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2석과 함께 충북 증평ㆍ진천ㆍ괴산ㆍ음성 재선거 등 3곳 이상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정세균 대표는 지난 재ㆍ보선 승리에 이어 연승을 거두면서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게 된다. 정국주도권 확보에 따른 여권 견제력도 강화되면서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어 현 지도부 체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한 민주대연합과 통합의 구심력을 거머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야권에게 유리한 정권 중간평가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1곳과 충북 1곳 등 2곳만 승리하거나 1곳에서만 승리할 경우 정 대표 체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의 한 재선의원은 "2곳만 이기더라도 선방했다는 표현하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한나라당이 3곳 이상 승리를 하는 셈이어서 이대로 지방선거에 임할 수 없다는 체제변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조기전대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수원 장안 선거에 '올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찬열 후보의 승패에 따라 정치 운명도 엇갈리게 된다. 실패하더라도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을 바짝 추격하는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당 지도부의 출마 요청을 거부한데 따른 정치적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정치활동 재개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 반면, 이 후보 승리라는 성적을 거둘 경우 여의도 활동공간이 넓어지면서 당내 '포스트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장안 재선거 승리는 손 전 대표가 언제라도 당 주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시험을 통과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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