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린 기자]KBS '미녀들의 수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9일 방송에서 한 여대생의 '루저' 발언이 시청자들의 반감을 산 가운데, 이 발언이 출연자의 의견인지, 단순한 대본인지 가려내게 됐기 때문.

어느 쪽이든 난감하긴 마찬가지. 출연자의 의견이라면 이 여대생은 혼자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악플과 맞닥뜨리게 됐고, 대본이라면 '미수다' 자체의 리얼리티가 떨어지게 될 전망. 둘 중 어느 하나도 '미수다'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홍익대학교 이도경씨는 "내 키가 170cm이다. 때문에 남자의 키는 180cm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걸러지지 않은 사적인 의견이 방송을 타면서 특히 남성 네티즌들을 크게 자극했다. 순식간에 이씨의 미니홈피에 공격이 줄이었고, 그의 사진이 온라인 상에 나돌았다.

'미수다' 제작진은 이 발언이 이 정도의 반감을 사리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단순히 키가 작은 남자가 싫다는 게 아니라, 키 작은 남자를 '패배자' 취급 했기 때문. 그럼에도 제작진은 이 멘트를 그냥 방송에 내보냄으로써 아직 방송을 잘 모르는 한 여학생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만약 이씨가 대본대로만 말한 것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외국인 등 다양한 패널들의 솔직한 자기 생각을 들어보는 콘셉트의 이 프로그램이 작가가 써준 대로만 흘러가는 '쇼'에 불과하다면 방송의 리얼리티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최근 동시간대 방영되는 MBC '놀러와'에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발언으로 무리수를 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제작진은 10일 현재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향후 '미수다' 논란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관심이 높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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