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최대 현안인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솔직한 심정으로 국민들에게 사과와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생방송 중계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관심을 감안해 가장 먼저 세종시 문제를 다룬 것은 물론 원안 수정을 추진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충청도민들에게는 세종시 원안 수정의 필요성을 집중 설명하고, 정치권에는 정치권 판단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세종시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인 것은 세종시 논란을 지속하는 것이 국가나 정부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과 야당들이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는데다, 세종시 기업유치에 속도를 더하면서 다른 도시들의 형평성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간 갈등이 고조되자 국가원로 등은 국론 분열이 첨예화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커졌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최근 전직 총리들과 가진 만찬이나 경제학자들을 초청한 오찬간담회에서도 "세종시 문제가 하루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됐었다.

더욱이 정부가 세종시 정부안 마련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정부안 마련을 위한 작업이 점점 속도를 내면서 세종시의 새로운 청사진이 구체화 되고 있다.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서는 정부안의 기본적인 틀을 '과학과 교육 중심의 경제도시'로 정하고 보다 상징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개념을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 세종시 입주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원칙과 다른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발전방안에 대한 원칙까지 위원회에서 정해 세종시 원안 수정은 대세가 된 상황이다.

정부가 재계와 학계 등 다양한 목소리를 접하면서 세종시 원안 수정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업투자 등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은 것도 힘을 보탰다.

정 총리가 한국경제학회 회장단과 가진 오찬에서 원안 수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낸 경제학자가 1명도 없었던 것은 물론 오히려 정 총리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 전국경제인연합,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와 잇달아 가진 회동에서 기업들은 세종시 투자여건에 대해 예상외의 관심과 기대를 보였다.

정부는 다음 달 중순께 세종시의 '행정도시' 기능을 '과학과 교육 중심의 경제도시'로 바꾸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정부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국회에서 법 개정 등의 작업까지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6월초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논란이 지역간 갈등만 키운다면 현 정부는 선거를 통해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세종시 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정국 주도권을 여전히 쥘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 민선3기 시장을 맡으면서 시민들의 엄청난 반대와 우려를 무릅쓰고 청계천 공사와 대중교통 개혁을 추진해 인기몰이에 성공한 기억을 갖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세종시와 4대강을 통해 많은 국민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국가의 밑그림을 그려가려고 하는 것 같다"며 "만약 성공한다면 서울시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적 생명과 명예를 걸고 세종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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