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코스지만 원숙함이 묻어나는 레이크힐스순천골프장 전경.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초겨울에 접어들었다.

발밑은 낙엽으로 가득하다. 골프장 그린에도 낙엽이 뒹군다. 때로는 퍼팅 라인에 있는 수많은 솔가리가 얄미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라진다는 것은 더 이상 라운드를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겨울철에도 골프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는 게 전남이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데다 먹거리도 풍부해서다. '남도 골프 1번지'가 바로 순천이다.

▲ 신생이지만 원숙함이 느껴지는 곳= 레이크힐스순천골프장은 지난해 개장한 신생 코스다. 하지만 몇 홀을 돌다보면 원숙함을 느끼게 된다. 페어웨이 잔디는 촘촘히 지면을 감싸고 있고, 그린은 '유리판'이다. 레이크힐스는 이런 코스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서 유명 코스관리자를 초빙해 관리를 맡기고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저 멀리 주암호가 내려다보인다. 이른 아침 때로는 짙은 안개가 장관을 이룬다. 운무의 향연은 지리산의 노고단 같은 높은 지대에서 속세를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렇다고 이곳이 그리 높은 곳은 아니다. '내'가 주변의 어떤 환경 속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는 셈이다.

입지조건도 남향이어서 겨울철에 더욱 빛난다. 북동쪽 산이 삭풍을 막아주고 앞에로는 조계산과 광주 무등산이 에워싸고 있다. 앞산은 멀리 떨어져 있어 따스한 햇살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큰 바람은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니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코스는 총 36홀 규모다. 회원제 18홀은 루비와 다이아몬드 코스로 나뉜다. 루비는 거리가 다양하고 샷 밸류를 높인 도전적인 코스다. 다이아몬드는 때로는 산들바람처럼 편안하면서도 때로는 폭풍 속의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해준다. 에머랄드와 토파즈로 이뤄진 퍼블릭코스 역시 회원제와 견줘도 전혀 빠지지 않는다.

붉은 낙조가 황홀경을 자아내는 순천만 전경. 사진=광남일보제공

▲ 순천만의 '겨울 낭만'= 여수와 고흥반도를 양 옆으로 낀 순천만은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세계적인 습지보전지역으로 꼽힌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무분별한 간척공사로 이어졌지만 다행히 자연 그대로 보전된 이곳의 가치는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갯벌과 갈대는 거대한 자연정화기 역할을 하며 다양한 동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멀리 수평선까지 빽빽하게 이어진 50만평의 갈대밭은 겨울철새들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갈대밭이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는 가운데 흑두루미와 검은머리 갈매기, 청둥오리, 흑부리오리, 민물도요 등 겨울 진객들은 순천만의 하늘에서 환상적인 군무를 선보인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 골프장에서 10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송광사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불리는 곳이다. 지눌과 진각을 비롯해 16국사를 배출했다. 일주문을 거쳐 우화각에 이르면 속세와 인연을 끊고 다리를 건너 불국정토로 향했을 선승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가족나들이'라면 낙안읍성도 좋다. 고려시대 낙안군의 고을터와 조선시대 성과 동헌, 객사, 장터, 초가 등이 원형대로 보전돼 있다. 지금도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어 '전시용'인 용인민속촌과는 차원이 다르다. 툇마루와 토방, 섬돌 위의 장독, 돌담, 절구통 등이 고향마을을 연상케 한다.

꼬막은 겨울이 제철이다.

▲ "오메~ 통통한 꼬막 쥑이네잉~"= 남도는 풍성한 먹거리가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웬만한 식당에 가도 서울 한정식집 보다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해 외지인들은 종종 '정말 내가 시킨 음식이 맞나'라고 의심할 정도다.

겨울은 특히 꼬막이 제철이다.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벌교가 바로 꼬막의 집산지다. 읍내 소화다리 근처에 꼬막집이 즐비한 가운데 '외서댁 꼬막나라'(061-858-3330)가 유명하다. 외서댁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인물로 중 하나다. 소설에서는 염상구가 외서댁을 겁탈한 뒤 그 느낌을 꼬막에 빗대기도 했다.

꼬막정식을 시키면 통꼬막과 양념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꼬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가 나온다. 통꼬막의 경우 숟가락을 이용해 까먹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주인네가 꼬막을 까는 나름의 요령을 가르쳐주지만 처음에는 쉽지 않다. 약간 비릿하지만 씹히는 맛이 쫄깃쫄깃하고 바다내음이 물씬 담겨져 있다. 호남고속도로 주암IC에서 5분 거리에 골프장이 있다. 골프장에서 순천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가장 빠르다. 20분 정도 소요된다.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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