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을 견제하기 위해 최신 스마트폰 '옴니아2'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자사의 일반 휴대폰 '아몰레드'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는 '출고가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통상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이 일반폰보다 비싸게 마련이지만 아이폰 때문에 삼성 휴대폰의 가격 체계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출시하는 아이폰이 6일만에 6만5000명이 예약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자 삼성전자가 옴니아2의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놨다.

지난 10월 중순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 옴니아2(2GB)의 당시 출고가는 92만4천원이었지만 아이폰 출시 소식에 88만원으로 떨어졌다. 8GB짜리 옴니아2도 96만8천원에서 92만4천원으로 인하됐다.

반면, 삼성의 아몰레드폰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89만9800원의 출고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결국 성능이 뛰어난 옴니아2(2GB 기준)가 아몰레드보다 출고가가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옴니아2는 3.7인치 WVGA(800x480)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탑재해 '아몰레드'의 3.5인치보다 크며, 아몰레드에 없는 와이파이(WiFi)도 탑재했다. 중앙처리장치(800MHz)와 배터리 용량(1500mAh)도 아몰레드보다 뛰어나다. 특히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OS)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제조원가가 아몰레드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옴니아2의 출고가를 인하한데 이어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일선 대리점에서는 옴니아2가 아몰레드의 절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SK텔레콤측 대리점에 따르면, 월 3만5천원짜리 요금제에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할 경우 옴니아2는 28만8천원에 팔리지만 아몰레드는 55만∼60만원에 판매된다. 월 9만5천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하면 옴니아2는 무료이지만 아몰레드는 25만∼27만원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옴니아2의 출고가를 아몰레드보다 낮게 책정한 것은 아이폰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아몰레드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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