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 교수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국내연구진에 의해 줄기세포가 특징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후성유전학적 기작'이 새롭게 발견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줄기세포 특성과 '역분화 현상'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가톨릭대 의대 오일환 교수팀이 줄기세포의 특징인 '미분화 상태'와 '다중분화능'이 후성유전체의 역동적 변화와 유연성(epigenetic plasticity)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 미래기반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혈액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저널인 '블러드(Blood)'지 3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인간 제대혈의 조혈줄기세포를 이용해 미분화 상태의 줄기세포가 보이는 후성유전학적 변형(epigenetic modification)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미분화 상태의 줄기세포는 후성유전체 변환상태가 고정돼 있지 않고 활발히 교차되고 있는 동적인 상태"라며 "이로 인해 크로마틴 구조가 유연하게 전환되는 동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마틴'은 DNA를 둘러싸고 있는 유전 물질과 단백질의 복합체를 말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후성유전학적 조절에 따라 크로마틴이 DNA를 강하게 또는 느슨하게 둘러싸는 정도가 달라지며, 이에 따라 유전자 발현양상도 달라진다.

연구진은 이같은 역동적 상태를 '후성유전체의 유연성(epigenetic plasticity)'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미 분화된 체세포에 후성유전적 변형을 차단하는 화학제를 처리해 '크로마틴'을 느슨하게 풀어주면 줄기세포의 특성을 부분적으로 다시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생체내 이식된 조혈줄기세포의 경우는 더 활발히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줄기세포 특징에 관한 연구들은 고정된 상태의 후성학적 특징들을 중심으로 설명해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서로 다른 후성학적 변형 상태간의 상호 전환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역동적 상태 자체가 줄기세포의 특성에 해당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줄기세포의 후성유전체 변환 및 체세포 역분화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일본과 미국이 앞서 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후성유전체의 역동성 자체가 바로 줄기세포의 본질적 특성임을 보여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효과적으로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 시킬 수 있는 기술과 줄기세포를 미분화 상태로 유지하는 대량팽창기술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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