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기업문화가 보수적인 주류업계에서도 '여풍'(女風)이 거세다.
기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영업직에 여성들이 채용되고, 마케팅 담당 임원자리를 여성들이 잇따라 꿰차고 있다.

술이 갖고 있는 남성적 이미지에 여성 특유의 '감성'을 터치해 애주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이트맥주는 21일 신임 마케팅 담당 상무에 광고회사인 TBWA의 신은주(39) 기획국장을 선임했다. 하이트맥주가 여성을 임원으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마케팅은 주류회사에서 핵심보직으로, 이번 인사는 매우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 상무는 1994년 오리콤에 입사한 뒤 15년째 광고업계에 몸담아 오고 있으며 올해 '되고송', '비비디바비디부' 등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SK텔레콤의 '생각대로T' 캠페인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진로는 올 하반기에 여자 신입직원 10여명을 영업 관리직원으로 뽑았다. 진로그룹 창사이래 여성을 영업직으로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장규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여직원들이 발이 통통 부을 정도로 새벽까지 영업점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뽑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여직원을 뽑는데 반대했던 부서장들도 지금은 모두 이들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됐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도 지난해 2월 마케팅 전문가인 황인정(43ㆍ여) 씨를 마케팅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황 상무는 페덱스코리아와 코카콜라보틀링 등 주요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으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그는 오비맥주 입사후 '카스' 브랜드에 젊은 이미지를 접목시키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류업계에서도 감성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마케팅 임원은 물론 영업직까지 여성들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규 fortune@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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