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신흥시장의 버블 논란에도 불구, 글로벌 펀드매니저가 내년에도 이 지역의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신흥시장의 탄탄한 금융시스템과 빠른 경제회복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흥시장의 투자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상태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투자금을 빼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더 높을 것이라 보도했다. 개발도상국의 증시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자금을 빼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신흥국 투자에 대한 대대적인 조정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아메리칸 비컨 어드바이저스(American Beacon Advisors)의 빌 퀸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고,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며 "대부분의 연금 기금이 전체 기금의 5~10%를 신흥시장에 투자하고 있지만 향후 10년간 이 비중이 30%까지 커질 것"이라 전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비교적 탄탄한 금융시스템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비시장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글로벌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신흥국들의 경제가 앞으로는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도 신흥시장 증시의 투자비율을 높이고 있다.

올 한해 S&P 500지수는 24% 오른 반면 MSCI신흥국 지수는 68%나 급등하는 등 신흥시장이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의 센섹스 지수는 79%,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9%,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 역시 올초 대비 80%나 상승했다.

글로벌 펀드리서치업체 EPFR글로벌의 조사에 따르면 신흥시장 증시의 순자금유입도 올해 750억 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증시는 860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돼 신흥국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

미국의 대표적인 공적연금제도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의 클라크 맥킨리 대변인은 "포트폴리오에서 신흥시장의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현재 신흥시장의 배당을 11% 이상으로 늘린 상태다.

특히 작년 헤지펀드의 몰락을 지켜본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1년 동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되면서 달러 표시 증권 이외의 투자를 확대하면서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뉴욕주 공무원연금기금이 내년 신흥시장 비중을 높일 방침을 발표하는 등 최근에는 민영 연기금뿐만 아니라 공적 자금 운영사들도 신흥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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