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오 기자] 이석채 KT회장의 개혁 실험이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광석화같은 KTF와의 합병 이후 조직개편과 인사혁신, 윤리경영으로 내실을 다진 데 이어 이번에 6000명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으로 조직슬림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명퇴를 계기로 KT는 잉여인력에 대한 고민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노쇠한 공룡'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은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는 환경도 갖추게 됐다.

KT는 이번 명퇴와 별도로 내달 정기인사에서 또 다시 본사 인력의 30% 수준인 1200여명을 추가로 현장에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인력조정 및 체질 개선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텔레콤도 이 회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면 보다 공격적인 경영전략이 뒤따르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신업계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는 KT가 이번 명퇴로 직원수가 3만100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경쟁그룹인 SK텔레콤(4500명)-SK브로드밴드(1500명)나 LG텔레콤(2300명)-LG데이콤(1400명)-LG파워콤(800명) 등에 비해 5~7배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때 아직도 인원 조정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KT는 최근 아이폰 출시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광풍'을 주도하며 나름대로 이슈메이커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집단지성의 대표사례인 '위키피디아'를 활용하는 이석채 회장의 전략도 KT의 조직문화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성중용ㆍ소사장제ㆍ화상회의 도입 등도 KT의 변화를 주도하는 하나의 물줄기처럼 흐르고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는 내년이 돼야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LG 3콤 합병법인 출범 등 본격적인 '컨버전스 대회전(大會戰)'이 예고돼 있고, 이통사 막강1위인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끌어안기에도 힘이 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넓힐 수 있어야 통신시장의 진정한 강자다.

김진오 기자 j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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