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

삼성전자가 지난 해 매출(추정치) 기준으로 사실상 IT·가전 업계 부문 세계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섰다. 반도체·휴대폰·TV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공경적인 경영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매출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8일 삼성전자의 2009년 실적 가이던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한 해 국내외에서 총 1168억 달러(136조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1164.5원 환율 기준).

이는 세계 최대 가전업체인 독일 지멘스(1098억달러)와 글로벌 IT 기업인 미국 HP(1146억달러)의 2009년 실적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가이던스란 확정된 실적을 발표하기 전 내놓는 잠정치를 말한다.

앞서 미국 포춘지가 매출액 기준으로 정한 '2008년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서는 삼성전자가 40위로, IT·가전 부문에서는 지멘스(30위)와 HP(32위)에 이어 3위를 차지했었다. 따라서 1년 새 삼성전자는 IT·가전 부문을 통틀어 세계 최대 기업으로 오르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삼성은 2007년 104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043억 달러였던 HP를 아슬아슬하게 제친 적은 있지만, 유럽의 대표 가전업체인 지멘스를 매출 기준으로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글로벌 IT·가전 업계의 정상에 서게 된 것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발 국제금융 위기에서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공격경영을 펼쳐 단독으로 질주한 결과로 분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경쟁 업체들과의 '치킨 게임'에서 승리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TV와 휴대전화 부문에서도 전략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40%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D램 가격 상승과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로 당분간 삼성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휴대폰 부문은 세계 1위인 노키아를 맹추격하며 지난해 판매량 2억대, 영업이익률 20%대, 시장점유율 20% 등 '트리플 투'를 달성했다. 삼성은 올해 2억50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해 노키아와의 격차를 더욱 줄여나겠다고 벼르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전체 TV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삼성의 LCD TV는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차세대 TV로 각광받고 있는 LED TV의 경우, 지난 해 86.9%의 점유율로 미국 시장을 석권하는 쾌거를 거뒀다.

삼성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광폭의 행보를 보이며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성 대표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세계 시장에서 전 품목 1위'라는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최 대표는 ▲TV, 휴대폰, 반도체, LCD 4대 주력 사업은 차별화 전략으로 압도적 위상제고 ▲PC, 프린터, 시스템LSI, 가전, 네트워크, 이미징 6대 육성사업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동반 도약 기반 확보를 골자로 한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밝혔다.

최 대표는 "올해 전 지역에서 전 제품이 절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역동적인 경영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세계 최대의 IT·가전 기업의 지위를 확고히 구축해갈 것임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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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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