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송강호는 해외 영화제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배우다. 세계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에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로 4번 연속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해외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함께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은 배우로 종종 송강호를 꼽는다.

영화 '의형제' 개봉을 앞두고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송강호는 "해외에서 출연 제의가 가끔 오긴 하지만 해외진출은 내키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 관심이 없습니다. 관점의 차이죠. 누가 들어도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고 제 연기에 몰입할 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자신도 없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연출한 '의형제'는 파면당한 국정원 요원과 북에서 버림받은 남파공작원이 서로의 신분을 속인 채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 지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송강호는 국정원 요원 한규 역을 맡았다.

"처음과 마지막은 코믹한 느낌이 강합니다. 중간은 드라마가 강하죠. 겉모습처럼 첩보영화는 전혀 아닙니다. 서로의 정체를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사는 두 사람이 정을 쌓아가며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핵심입니다."

'의형제'는 '박쥐'처럼 무겁고 실험적인 영화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처럼 거창하고 떠들썩한 영화도 아니지만 배우 송강호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영화로 기대를 모은다.

송강호는 '의형제'를 '박쥐'에 이은 차기작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좋고 감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단순명료하게 대답했다.

"예전에는 시나리오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영화는 감독의 존재가 큰 역할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나리오와 감독이 반반씩 중요한 것 같아요."

출연을 결정하는 데 3일을 넘기지 않는다는 송강호는 '의형제' 역시 시나리오를 읽은 지 2시간 만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신 있게 1등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건 빠른 출연 결정"이라며 그는 껄껄 웃었다.

송강호는 함께 주연을 맡은 후배 배우 강동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같은 영화에 출연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같이 연기해보니 끝내주는 외모 뒤에 낭만적인 유머나 순수한 솔직함 등의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동원이는 수다쟁이에 정말 재미있는 친구더군요. 촬영 끝나고 가볍게 술을 한두잔 하기도 하는데 몇 시간을 얘기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평범한 일상에 관한 건데도 아주 재미있게 얘기할 줄 알아요. 자신의 솔직한 매력을 잘 드러내고 발전시킨다면 외모 못지 않은 실력파 배우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송강호의 다음 작품은 이현승 감독의 '밤안개'(가제)다. 오랜 친구였던 두 남자가 조직 보스(송강호 분)와 냉정한 킬러(김승우 분)로 적이 돼 다시 만나고,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엇갈린 운명을 맞는다는 내용을 그린다. "꾸준히 좋은 작품을 만나 다양한 분들과 작업하는 것이 배우로서 지닌 꿈"이라는 송강호의 마라톤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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