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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금융권 규제 '알맹이 빠져'

최종수정 2010.02.01 09:09 기사입력2010.02.0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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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200여 차례의 토론과 회의를 끝으로 31일 폐막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정치권과 금융권은 금융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금융규제의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그 강도도 약해 다보스포럼에서 오간 이야기들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땅에 떨어진 기업과 정부와 은행 간 신뢰를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정치권 공세, 금융권 '빠져나가기' = 지난 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대판 글래스 스티걸 법이라 불리는 강도 높은 금융규제안을 발표한 이후 열린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는 금융개혁이 단연 최고의 화두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을 필두로 주요국 지도자들이 국제금융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나친 규제는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로 이에 맞섰으나, 금융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책임론의 의식해 정치권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규제안에 사모펀드 업계가 지지를 보낼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M. 루벤스타인 이사는 “우리가 찬성하면 법안 통과가 어려워질 수도 있어 의견을 정하기 어렵다”며 빠져나갔다.

HSBC의 스티븐 그린 회장은 중앙은행 및 규제담당자들과의 비공식 회의에서 “원치 않는 것을 없애려다 소중한 것까지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과도한 규제가 불러올 부작용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규제가 은행의 핵심적인 영역까지 훼손, 고용 및 투자·무역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와 기업, 은행 간의 신뢰가 얼음판에 발자국을 찍는 것만큼 난항이라고 지적했다. 의견을 모으는 것이 힘들기는 은행권 내부도 마찬가지. 투자은행들은 규제강화에 강경한 입장인데 반해 상업은행들은 투자 은행 영역으로의 진출 기회를 엿보며 말을 아낀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은행권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데 실패, 수세에 몰리게 됐다.

◆ 알맹이 없는 회의..불확실성 여전 =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회의가 어두운 전망으로 급박한 분위기였다면, 올해 회의장에는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지배적이었다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전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아직 경제 성장세가 미약하고 금융권을 개혁해야 한다는데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회장은 “최악의 경기침체는 비교적 잘 넘겼지만, 좀 더 리스크를 걸고 성장을 추구할지, 규제에 초점을 둘지 어려운 기로에 섰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 차터드 은행의 피터 샌즈 최고경영자(CEO)는 “금융 시스템을 안전하게 구축하는 것과 고용창출, 경제성장 등을 지원하는 은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 사이에 균형을 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정치권도 성장과 규제 사이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것.

한편 30일 열렸던 국제금융기구 수장들과 규제책임자, 금융권 CEO들 간의 예정에 없던 비공식 회의도 별 성과 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금융규제가 국가 간 불평등을 야기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대한 공감대만 형성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회의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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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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