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배우 이종혁은 '가식', '내숭', '위선'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사람 냄새가 났다.
이종혁의 꾸밈없는 모습은 브라운관 안에서도 찾을 수 있다.

KBS2 수목드라마 '추노'에서 그의 연기는 꾸밈이 없다. 그가 표현하는 철웅도 극중 캐릭터 가운데 가장 군더더기가 없다.

"철웅은 극중 가장 현실적인 남성상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가슴 속에 야망이 있죠. 살기 위해 짓밟아야할 때도 있고, 권력에 의존할 때도 있잖아요. 야망이 실현되지 않을 땐 불안한 열등감으로 변질돼요. 이것이 철웅의 모습입니다."

시청자들은 이종혁이 표현하는 철웅의 모습에 공감했다. '추노' 출연 이후 포털 게시판에 '이종혁 갤러리'가 생기기도 했을 정도다.

"신기했어요. 미니홈피 방문자 수도 급격히 늘어났고 포털 사이트 갤러리에는 각종 패러디가 올라왔으니까요. 보고 있으면 너무 재미있어 배꼽잡고 웃어요."


하지만 이종혁은 '추노' 철웅 캐릭터를 제안 받았을 때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주로 냉정하고 어두운 역할을 도맡아 온 그이기에 자칫 이미지가 고정될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감독님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어요. 이제는 어둡고 냉정한 캐릭터는 맡지 않겠다고 결심한 상태였거든요. 한번만 보자고 해서 '만나서 거절해야지'라고 결심한 후 감독님을 만났죠. 그런데 감독님의 설득과 철웅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제가 넘어갔습니다.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웃음)"

덧붙여 '추노'의 성공요인도 전했다.

"일단 궁중 사극이 아닌 민초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새롭게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양반들을 풍자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도 주죠.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욕망도 표현했고, 힘있고 역동적인 액션도 한몫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 배우들의 연기력은 최고였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이종혁은 '추노'를 통해 한층 더 진한 연기의 세계를 맛봤다.
지난해 고현정의 '미실'에 이어 이종혁의 '철웅'은 대중들이 가장 사랑하는 악역이 됐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사진 박성기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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