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로랑비게 르노삼성 상무]와인전문가이든지 와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든지 이에 관계없이, 여러분은 아마 지난번 본인의 칼럼을 통해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본인의 느낌과 기준이라는 점을 이해했을 것이다.

이번 와인이야기 3편에서는 와인이 알코올 음료일 뿐만 아니라 아주 신기하고도 놀라운 음료라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이토록 오묘하고도 신기한 음료이기 때문에 각각의 와인이 우리들에게 선사해 주는 다양한 특성들을 모두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와인을 마실 수는 있다. 문제는 과연 와인의 진정한 맛을 음미하였냐 하는 데 있다.

본 글에 담긴 정보와 약간의 연습을 통해, 여러분은 곧 와인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가장 즐기는 와인의 특성을 보다 잘 음미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를 때 딱 맞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와인의 진가를 보다 잘 음미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와인 테이스팅 법을 배우는 것이다. 와인 테이스팅 전문가들은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 흰색의 깨끗하게 살균된 환경을 찾곤 한다. 물론 와인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에는 최선의 환경이 될 수 있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와인 테이스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와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때일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와인 테이스팅 전문가들이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 관찰하는 몇가지 요소들을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와인을 테이스팅할 때 주의해야 할 몇가지 중요한 요소들이다. 결국,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와인을 맛본다는 것은 와인을 단순히 마시는 것과는 달리 약간의 지식을 더해 이를 바탕으로 훨씬 더 큰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통해 내가 전하는 ‘와인센스’는 여러분에게 와인맛보기에 필요한 기본 지식을 제공할 것이고, 이제 여러분은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와인맛보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자, 그럼, 모두들 준비가 되셨는지? 이제 함께 와인의 세계로 떠나보자!

◆눈으로 마셔라

와인을 관찰하라. 흰색 배경(흰색 테이블보도 좋고 흰색 종이도 좋다)에 와인잔을 갖다 대어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오래되지 않은 화이트 와인은 엷은 노란색을 띨 것이며, 오랫 동안 숙성된 화이트 와인은 짙은 황금색을 띨 것이다. 화이트 와인은 숙성될수록 그 색이 짙어지는 반면 레드 와인은 숙성될수록 그 색을 잃게 되는데, 오래되지 않은 레드 와인은 짙은 자주색을 띠지만, 숙성이 최고조에 달한 레드 와인은 벽돌색을 띠게 된다.

◆코로 마셔라

와인잔에 코를 대고 향기를 음미하는 것은 비단 효과만을 위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다. 사람의 코는 2천종의 각기 다른 향을 감지할 수 있고,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은 무려 200가지나 된다고 한다. 와인의 향기를 맡는 행위는 와인의 맛을 보다 잘 음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와인의 부케향이 코에 가득하도록 채워줌으로써, 보다 다양한 와인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은 수없이 많은 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와인 속에 들어 있는 화학적 성분들이 다른 물질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성분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와인의 향을 꽃향, 과일향, 나무열매향 등으로 표현하곤 한다. 생각해 보면, 포도향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는 와인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와인을 음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명 스월링(swirling), 와인잔을 와인이 소용돌이치도록 크게 돌려주는 것이다. 멋부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와인잔을 이렇게 돌려주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다.

와인잔을 돌리는 행위는 와인 속에 들어 있는 에스테르, 알데히드, 에테르를 방출시켜 이들과 산소의 접촉을 도와 와인병 속에 잠자고 있던 부케(bouquet)향, 즉, 와인의 숙성과정에서 생기는 오묘한 향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와인잔을 돌릴 때에는 테이블이나 평평한 바닥 위에 잔을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천천히 원을 그리듯이 돌린다. 이것은 와인이 글라스 벽면에 묻어 풍부한 향기를 뿜어내게 한다.

이 때 와인을 쏟을 수도 있으므로 너무 빨리 돌려서는 안 된다. 이렇게 와인 잔 돌리기에 익숙해지게 되면, 공중에서, 왼손 또는 오른손, 심지어는 등 뒤에 손을 놓고서도 잔을 쉽게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와인 잔 돌리기의 기술을 마스터하게 되면, 이것은 곧 일종의 습관이 되어 버려, 여러분이 아침마다 마시던 오렌지 주스 잔을 무의식적으로 돌리게 만들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마시길!

스월링이 끝나고 나면, 코를 잔에 갖다 대고 그 향을 세 번 천천히 들이마신다. 세 번째 맡게 되는 향은 첫 번째 향보다도 깊고 훌륭한 향일 것이다. 이제 맡은 향이 무엇인지 맞춰보라. 어떤 화학성분을 느낄 수 있는가?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귤, 초콜릿, 바닐라, 가죽, 라즈베리 등의 향기가 느껴지는가?

와인에서 나는 향을 표현하는 것은 사람마다 주관적이다 (어떤 맛이 느껴지는지를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후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한 와인을 놓고 그 부케에 대해 각기 다른 표현을 할 수도 있다. 나무열매향, 나무향, 과일향, 가죽향, 꽃향 등은 와인의 부케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수많은 단어들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여러분이 와인을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여러분이 와인으로부터 느낀 향이라 할 수 있다.

◆입으로 마셔라

이제 드디어 와인마시기의 하이라이트. 와인을 입으로 마셔보자. 와인을 한 모금 입 안에 넣어 입안 전체를 적시며 맛을 본다. 와인을 마실 때에는 천천히 입안 전체로 와인을 굴려 혀 구석구석까지(인간의 혀에는 약 5000여 개의 미뢰 세포가 있다고 한다) 와인을 맛보도록 한다. 와인을 씹듯이 입안에서 혀의 구석구석 돌린 후 삼킨다. 이제 입술을 오므려 입술 사이로 약간의 공기를 흡입해보자. 이렇게 들어온 산소는 코로 느꼈던 성분들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다음은 와인을 맛볼 때 느낄 수 있는 4가지 대표적인 맛이다.

단맛은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신맛은 화이트 와인과 블러시 와인(Blush wine), 그리고, 일부 가벼운 레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혀 양 옆 부분, 볼, 그리고 혀 안쪽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타닌맛은 레드 와인과 일부 오크 숙성한 화이트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이 맛은 혀의 중간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 와인에 타닌 성분이 많이 들어 있을 경우, 떫은 맛을 많이 느끼게 된다. 이 경우에는 와인을 좀 더 숙성시킬 필요가 있다.

푸루티한 과일맛과 그 밖의 다양한 다른 맛은 혀의 중간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와인의 포도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모든 와인의 맛을 느꼈다면, 이제 이러한 맛들이 서로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이다.

이제 와인맛을 음미하면서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라.

라이트 바디(와인맛의 점성, 농도, 질감 등을 표현하는 말), 미디엄 바디, 풀 바디 와인 중 어떠한 와인인가? (무지방 우유, 일반 우유, 리치한 우유크림과 비교해 보라)

화이트 와인이라면, 그 신맛은 어느 정도인가? (아주 약한 신맛, 매우 신맛, 딱 적당한 정도의 신맛)

레드 와인이라면 그 타닌맛은 어느 정도인가? (타닌맛이 매우 강하게 느껴졌다면, 숙성이 덜된 와인일 수 있다. 딱 알맞은 정도의 타닌맛이 느껴진다면 마시기에 적당하게 숙성된 와인이다.)

가장 강하게 느껴진 맛은 무엇인가? (단맛, 신맛, 타닌맛, 푸루티한 과일맛)

와인맛이 당신의 입맛에 맞는가?

와인이 당신의 기호에 맞는가?

와인과 함께 하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이제 여러분이 익힌 와인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와인맛보기에 도전해보자. 와인 한병과 코르크 따개를 준비하고, 와인을 맛보기 최소한 30분 전에 와인병을 따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그리고, 몇몇 친구들과 함께 와인을 마셔보라.

와인 한잔과 함께 풍부하고 아름다워지는 인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 3개월 연속 100% 수익 초과 달성!

로랑비게 르노삼성 상무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