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SBS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KBS, MBC와 공동중계하면 주가가 하락한다?

SBS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남아공 월드컵까지 단독중계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단독중계 여부가 SBS 주가에 미치게 될 영향 또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3사의 월드컵 중계권 분쟁에 대해 자율적 협상을 통한 공동중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강제성이 없어 SBS의 협상 의지에 따라 단독중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단순히 축구 경기를 위해 TV를 지켜보는 시청자라면 보고 싶은 경기를 볼 수 있는지 여부에만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SBS 경영진이나 투자자의 관점은 사뭇 다를 것이다.

SBS의 월드컵 단독중계가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SBS 주가에 미치게 되는 영향에 따라 SBS 측이건 투자자건 자산의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식시장은 독점중계보다 공동중계를 더 선호한다"며 "공동중계를 할 경우 중계권료 비용 부담이 줄어 SBS로서는 단기적 펀더멘털 상승(이익 극대화)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한승호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의견이 조금 다르다. SBS가 월드컵을 단독 중계한다 해도 장기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SBS가 단독중계를 강행한다 해도 월드컵 광고 시장 규모가 중계권료를 상쇄,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스포츠 독점 중계권 특수로 SBS의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독점 중계로 SBS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해 광고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SBS가 거액의 비용을 들여 단독중계를 밀어붙이려 하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계권료 외화낭비와 불리한 여론 등 악재들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SBS에 큰 이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축제인 월드컵 경기를 다양하게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권리를 무시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SBS 측은 KBS, MBC와의 공동 중계를 거부하고 단독중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SBS가 시청자의 볼 권리를 무시하고 돈 벌 궁리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와 공익사업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SBS와 시청자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셈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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