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캡틴박'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빈자리는 예상보다도 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한국은 4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스페인과 평가전서 후반 40분 나바스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무릎을 꿇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미리 공표한대로 주장 박지성은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가상 아르헨티나전'인만큼 최종 모의고사인 스페인전의 중요도는 어느 경기보다 컸지만, 경미한 허벅지 부상 중인 박지성의 컨디션과 부상 악화를 우려해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중원 해결사'의 공백은 예상보다도 훨씬 크고 치명적이었다. 이는 박지성의 명품 플레이가 한국 대표팀에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박지성에 대한 의존도가 역대 대표팀의 그 어떤 선수보다도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박지성의 부상과 컨디션 관리가 더욱 시급하게 다가왔다.

허정무 감독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고 미드필드 가운데를 맡을 박지성의 빈자리에 김재성을 세웠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김재성은 경기 초반부터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주 흐름을 놓쳐 공격 조율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당초 스페인의 막강한 공격력을 봉쇄하기 위해 선수비-후역습 전략을 택하긴 했지만, 역습으로 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박지성의 역할을 해 줄 마땅한 선수가 없자 과감하게 공격을 전개하지 못하고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스페인 특유의 짧고 빠른 패스처럼 스피디하게 전진패스로 이어져야 했지만, 박지성의 공백은 의미없는 횡패스와 이를 간파한 스페인 수비수들의 차단으로 결국 볼을 뺏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중앙과 양 사이드를 오가며 상대의 압박수비를 효과적인 침투패스로 뚫고, 쉴 새 없이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박지성의 부지런함이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었다. 박지성의 효율적인 공격 조율이 실종하자 원톱 박주영도 섬처럼 고립돼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박지성은 이제 '허정무호'에 '양날의 칼'이 됐다. 있으면 더없이 좋고 없으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박지성이 부상없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를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스페인전 이후 또다시 절실히 바랄 것이다.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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