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업체 주가조작·회사자금 횡령 ‘진화’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깍두기 머리, 주먹으로 연상되는 조직폭력배들이 코스닥 상장업체를 직접 인수하거나 경영에 참여해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등 경제 범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호남지역 폭력조직 범서방파 중간간부 김모(38)씨 등 2명은 지난 2008년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빌려 코스닥에 상장된 의류제조업체 A사를 인수했다. 회사를 인수후 김 씨는 회삿돈 43억여원을 빼돌려 주가조작에 사용했다. 허위매수 주문을 내는 등 주가를 조작해 주당 500원 하던 주식은 두 달 만에 1400원까지 뛰었다.

주가조작 과정에서 A사가 자기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자 유상증자를 시행하며 161억여원을 사채로 빌려 가장납입하기도 했으며,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팔지 못하게 했고, 회사 예금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풀기 위해 사채업자를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지면서 주가는 100원 대로 곤두박질쳤고,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까지 받은 A사는 상장 폐지됐다.

광주 콜박스파 행동대원 송모(43)씨는 공인회계사 김모(48)씨와 함께 무자본으로 코스닥 기업 경비업체 B사의 경영권에 손을 댔다. 이들은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차입매수(LBO)’라는 수법을 사용했다.

김씨는 인수할 회사의 자산가치를 6배 가량 터무니없이 부풀리기도 했다. 뒤늦게 속은 것을 안 상대방 기업이 김씨한테 불만을 터뜨리면 송씨가 나서 ‘주먹’으로 해결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이렇게 인수한 기업들 자금 약 100억원을 빼돌려 나눠 가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영진)는 6일 수개월에 걸친 기획수사 끝에 두 김씨와 송씨 등 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 1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채업에 손을 대더니 이제는 기업 인수합병(M&A)에까지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며 “경제계에 침투한 폭력조직 수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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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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