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운동을 중도에 그만둔 중·고등학교 학생선수들 중 절반 이상이 학교 수업 따라가기 힘들어했고 운동을 그만두고도 14%만이 하위권의 학업성적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은 면담을 통해 학교가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거나 수업내용 자체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고려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지난해 7~9월 중·고교 운동부 중도탈락 학생 560명(설문조사)과 40명(면담조사)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도탈락 학생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운동을 중도에 그만둔 학생들 중 62%는 자신의 성적이 하위권이라고 답했다. 운동을 하고 있을 때를 기준으로는 76%의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이 하위권이었다고 밝혔다. 대다수 학생선수들의 성적이 낮았고 운동을 그만두고도 14%만이 하위권 성적에서 벗어난 것이다.

또 56%의 응답자가 운동을 그만 둔 후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대답했고 30%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고 답해 이들의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줬다.

특히, 학생들은 면담을 통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이스하키를 그만 둔 한 학생은 “학교 오면 불편했다. 긴장되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자신감도 없고, 불안하고, 우스갯소리로 소화가 잘 됐다”고 말했고 농구를 하다 그만둔 다른 학생은 “국어수업 시간이었는데, 분명 한글은 아는데 하나도 이해가 안 됐다. 영어는 아예 그냥 흰 종이에 까만 글씨였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학생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둔 이유로는 ‘진학 및 미래가 불안해서’라고 답한 비율이 33.3%로 가장 높았고 ‘훈련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30.1%), ‘경기성적에 대한 스트레스’(25.3%), ‘운동능력 부족’(25.1%) 등이 뒤를 이었다. 운동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조사대상 학생의 절반가량인 49.3%는 부모와 상의했고 10%는 감독 또는 코치, 9%는 친구의 상담을 받았으나 25.9%는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호·증진이 필요하고 학생 운동선수를 위한 전문 상담기구를 설치해 운동 중은 물론 운동을 중단한 뒤에도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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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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