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잠시 정회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위원장은 21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문제와 관련, 홍재형 민주당 의원이 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밝힌 이 위원장이 법안을 제출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법을 만들려고 입법예고를 했다가 당시 야당이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타격을 입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권익위가 고위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를 조사하기 위해 계좌추적권한 등을 갖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예고해 공수처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소신은 변함이 없다. 법을 만들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시겠어요. 참내..."라고 내뱉은 것이 화근이 됐다.

홍 의원은 곧바로 "답변을 똑똑히 하라"고 지적했고, 이 위원장은 "질문을 똑똑히 하세요. 질문 같은 것을 해야죠"라고 맞받아쳤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 석상에서 지적하는 말을 '되지도 않는 말'이라고 했는데 어디 이런 말이 있을 수 있나"라며 "야당에서 (정부 법안 추진을) 못하게 한 것은 권익위가 사법권을 갖겠다고 해서 지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도 "국회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누가 봐도 이 위원장은 이 정권의 실세인데, 실세가 그렇게 하면 협박"이라고 질타했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정부 각료들이나 위원장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에 와서 이렇게 오만방자한 언행을 마음대로 해대는 것은 국회 모독뿐 아니라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신문을 복사해서 봐라, 아시겠어요, 질문을 똑똑히 하세요' 이런 언사를 마음대로 하는 정부의 풍토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며 "이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는 업무보고를 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제가 언성을 높이고 의원들의 질의에 심려있게 답변하지 못한 것은 사과드린다"면서도 "공수처 문제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많이 있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말을 못했다. 앞으로 답변을 신중하게 하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회의가 과열되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회를 요청했고, 허태열 위원장은 잠시 정회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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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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