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은경 기자]"현안을 해결하고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해결하자."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사진)가 인수합병(M&A)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내부조직 챙기기에 나섰다. '메가뱅크'논란을 잠재우는 대신 내부과제인 수익성 확보와 조직기강 추스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어 내정자는 22일 강정원 국민은행장, 부행장을 비롯 KB금융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 어 내정자는 KB금융 경영고문자격으로 KB금융에 대한 본인의 의견과 현황, 문제점 등을 함께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 내정자는 이날 임원들에게 면접 당시 발표했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공유했다. 어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KB국민은행의 현황을 소개하고, 경쟁은행과 비교, 설명하면서 열심히 하자고 독려했다.

어 내정자는 "KB금융도 산탄데르나 SC 등 훌륭한 은행들에 못지않은 역량이 있으니 열심히 하자"며 실무 현안과 경영비전, 전략 방향등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M&A관련 "메가뱅크는 원론적인 부분에서 검토한 것이다. 지주사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것이다"면서도 "M&A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하지 않으면 밀리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KB국민은행 노조와 우리은행 노조가 공동기구를 만든 데 이어 M&A에 관심있는 타 금융기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50위권 은행도 망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22일 "은행의 대형화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으며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어 내정자는 또 최근 가능하다면 비은행 부분 강화를 위해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사만 인수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 대형화를 위한 M&A에 한 발짝 물러서는 것으로 보인다.

어 내정자는 임원들에게 "수익성과 영업력을 확보하고, 조직기강을 추스리며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게 많다"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했다.

한편 어 내정자는 취임 이후 명동 KB금융이 아닌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임원은 "우리의 실상을 명확하게 인식한 계기가 됐다"며 "CEO를 중심으로 열심히 해서. 명성을 다시 한번 회복하자"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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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scoopk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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