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걸윙 도어를 채택한 벤츠 SLS AMG가 7월5일 국내에 출시된다.

심장을 옥죄는 사운드를 배경으로 F1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의 긴장한 얼굴이 교차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모양이다. 이윽고 슈마허가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터널을 향해 질주하던 차는 점점 속도를 내더니 터널 속에서 360도로 회전한다. 숨죽으며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린다.

'진짜 운전한 것이다,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이다'는 논란을 낳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더 벤츠 SLS AMG의 광고 영상이다. 실제 촬영한 것으로 밝혀진 이 영상의 또 다른 백미는 360도 회전 후 위풍당당하게 멈춰선 차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윙~ 소리와 함께 문이 위로 꺾이더니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 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케한다. 업계에서는 갈매기가 날개짓하는 것을 닮았다고 해서 '걸윙(gullwing) 도어'라고 부른다.

'걸윙 도어' 벤츠 SLS 7월5일 국내 출시
360도 회전과 걸윙 도어로 화제를 모은 벤츠 SLS AMG이 마침내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벤츠코리아는 7월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6300cc 8기통 엔진에 0→100km까지 시간 3.8초, 최고속도 315km/h에 달하는 벤츠 SLS AMG의 판매를 시작한다. 가격은 2억원대.

하랄트 베렌트 벤츠코리아 대표가 "하반기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단언할 만큼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게다가 자동차 문의 혁신을 몰고온다는 점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자동차 100년 역사에서 문은 큰 변화 없는 스타일을 고집해왔다. 우리가 흔히 보는 '스윙 도어'는 손으로 잡아 당겨 앞뒤로 여닫는 형태로 승용차에서 주로 사용한다. 미닫이문처럼 옆으로 밀고 닫는 '슬라이딩 도어'는 1980년대 국내에 봉고가 들어오면서 일반화됐다. 디자인측면에서 걸윙 도어는 스윙 도어와 슬라이딩 도어에 비해 확실히 혁신적이다.

현대차도 지난 뉴욕모터쇼에서 컨셉트카 누비스에 걸윙 도어를 채택했다.

사실 걸윙 도어의 탄생은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벤츠 SLS AMG를 '벤츠 300SL의 환생'이라고 부르는 것도 1950년대 나온 벤츠 300SL이 처음 채택한 걸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벤츠 관계자는 "걸윙 도어는 고급 스포츠카에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승하차가 용이하며 아래에서 위로 열리는 독특한 오픈방식 때문에 주위의 이목을 끈다"고 강조했다.

BMW그룹의 대표 미니 차종인 MINI 리무진 XXL도 걸윙 도어를 도입했다. MINI 리무진 XXL은 국내의 한 렌터카 업체가 의뢰해 제작한 차량으로, 미니의 대표 차종인 '쿠퍼S'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걸윙 도어을 통해 들어간 실내에는 미니바, TV스크린, 오디오 시스템 등 최첨단 장비가 즐비하다.

컨셉트이긴 하지만 현대차도 걸윙 도어를 채택한 적이 있다. 현대차가 2009년 뉴욕모터쇼에서 선보인 '누비스'(NUVISㆍNew Utility Vision)는 '미래형 컨셉트카'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걸윙 도어를 도입했다. 모래시계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형상화한 측면부의 캐릭터 라인 등이 걸윙 도어와 어우러져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급 스포츠카에는 걸윙 도어와 함께 가위처럼 문이 열리는 시저(Scissor) 도어도 종종 사용된다. 드라마 '신(神)이라 불리는 사나이'에서 PPL(간접광고)로 등장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가 대표적이다. 하와이 현지에 사는 교민이 차를 빌려준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단 3.4초만에 주파하며 최고시속은 340km/h에 달한다.

시저 도어를 탑재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

그린카 등에서 도어 디자인 혁신 변화
걸윙 도어와 시저 도어의 중간에 서 있는 버터플라이(Butterfly) 도어도 있다. 앞에서 보면 영락없이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편 모양이다. 문이 열리는 면적을 비교하면 걸윙 도어보다는 좁고 시저 도어보다는 넓다. 대표적으로 엔조 페라리와 푸조 등이 버터플라이를 채택한다.

차량 용어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어사이드(Suicideㆍ자살) 도어도 있다. 일반 스윙 도어 형식이지만 반대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롤스로이스 팬텀 등 고급 세단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제너럴모토스가 디트로이트 모토쇼에서 선보인 컨셉트 박스카인 '그라니트'도 수어사이드 도어를 장착해 눈길을 끌었다.

수어사이드 도어는 앞뒤로 스윙 도어를 여는 형태다. 롤스로이스 팬텀이 사용하고 있다.

시선을 다시 국내로 돌려보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시크릿 리어도어'는 스윙 도어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차이로 큰 변화를 준 사례로 손꼽힌다. 얼핏 보면 3도어이지만 사실은 5도어다. 뒷문 손잡이가 유리 뒷면에 있어서 눈속임을 당하기 일쑤다.

업계 관계자는 "스윙이나 슬라이딩 방식이 편의성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면서도 "그린카 등 새로운 디자인의 차량이 도입되면 자동차 문도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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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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