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네이더르(오른쪽)와 판브론크호르스트

[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역시 백넘버 10번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에서 10번을 달고 매 경기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6·인터밀란)가 우루과이와 4강전서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며 팀의 32년만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스네이더르는 내친 김에 조국 네덜란드의 사상 첫 우승과 득점왕(골든슈), 최우수선수(골든볼)을 향해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네이더르는 7일(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10 남아공월드컵 4강전서 1-1로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던 후반 25분 결정적인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페널티지역 내 왼쪽에 도사리고 있다가 오른발로 찬 공이 골문 안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간 것. 소강상태를 보였던 양팀의 팽팽한 승부는 스네이더르의 이 한 방으로 급격하게 네덜란드 쪽으로 기울었다. 스네이더르의 골이 터진 뒤 3분 만에 아르연 로번이 쐐기골을 작렬하며 우루과이는 사실상 무너졌다.

네덜란드는 이날 승리로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결승에 올라 스페인-독일전의 승자와 오는 12일 결승전을 갖는다.

네덜란드는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스페인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정도만이 우승후보로 거론됐을 뿐이었다. 월드컵 역사에서 아직 한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채 준우승만 두 차례(1974, 1978년) 했던 네덜란드는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6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여기엔 2006 독일대회에 이어 두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은 스네이더르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팀이 터뜨린 12골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골을 혼자 기록했다. 이 가운데 3골은 승리를 가져온 결승골이었다.

또 덴마크와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일본, 브라질, 우루과이전서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스네이더르가 네덜란드 선전의 중심에 서 있다는 걸 전세계 모든 축구팬이 인정했다는 증거다.

스네이더르는 3경기 연속골로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와 득점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득점왕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 결승전이 남은 만큼 골을 추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네덜란드가 만약 사상 첫 우승컵까지 거머쥔다면 대회 MVP인 골든볼 역시 스네이더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골을 넣을 때마다 아이같은 표정에 장난기 넘치는 행동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 스네이더르가 오렌지군단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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