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등극했다.

19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중국 에너지 소비량이 석유 환산 22억5200만톤을 기록, 21억7000만톤에 그친 미국을 4% 가량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IEA는 “미국이 1세기만에 최대 에너지 소비국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다”면서 “이는 에너지 역사에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에너지 시장의 ‘블랙홀’로 급부상한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이다 지난 글로벌 위기를 맞으면서 에너지 소비량 역시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IEA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고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양국간 에너지 소비량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IEA는 15년 안에 중국이 현재 미국 연간 발전량(1000기가와트)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추가로 소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성의 차이 역시 이번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국으로서는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 IEA의 파티흐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 이래 미국은 에너지 효율성을 매년 2.5% 개선시켜 왔지만 중국은 1.7%에 그쳤다”면서 “미국은 에너지 소비에서 일종의 포화상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에너지 고효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이 세계 에너지 시장 ‘큰 손’으로 성장함에 따라 가격 결정은 물론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석탄 순수입국으로 올해에도 1억500만~1억1500만톤 가량의 석탄을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역시 마찬가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지난해 미국보다 중국에 더 많은 원유를 수출했다. 가격 결정 때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또한 중국은 막강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산업의 방향을 결정해 주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의 엔진은 물론 미래 설비공장의 주요 동력원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비롤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중국이 에너지 소비 패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은 1인당 에너지 소비량에서는 여전히 중국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성 면에서는 유럽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해수 기자 chs900@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조해수 기자 chs900@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