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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스트레스테스트 '딜레마' 은행주는 강세

최종수정 2010.07.26 09:06 기사입력2010.07.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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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23일(현지시간) 결과 발표를 앞둔 유럽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가 딜레마에 빠졌다. 결과가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것. 낙관적인 결과는 테스트의 잣대가 느슨했다는 비판을 일으킬 수 있고, 비관적일 경우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결과 공개의 투명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결과 발표를 놓고 잡음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22일 은행주는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스톡스 600지수를 구성하는 유럽 은행주들은 3% 가량 오르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벨기에의 2대 은행인 덱시아와 KBC는 정확히 재무건전성에 대해 어떠한 평가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 없이 막연히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먼저 시장에 알려지며 각각 3.8%, 2.5% 상승했다. 발틱연안 국가에 대규모 여신을 제공한 스웨덴의 스웨드뱅크도 테스트 '합격' 소식에 3% 가까이 상승했다.

이밖에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스, 소시이테제네랄, 크레디트아그리콜 등이 4~6% 가량 상승했고, 도이체방크(4.1%)와 BNP파리바(4.7%), BBVA(6%)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4.7%)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의 은행들이 모두 테스트를 통과하고 포르투갈, 스페인의 소수 은행들만 불합격 통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쟁점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가 과연 금융 시장 안정화에 효과가 있냐는 것이다. 은행들이 대거 합격 통지서를 받을 경우 잣대가 느슨하다는 비판이 불가피하고 불합격 통지서가 줄줄이 나오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밖에 없다. 또 유럽연합(EU)이 투명성을 갖추고 제대로 기준을 정해 부실 은행들을 합격시켰냐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IMF는 유로존에 대한 연례 평가 보고서에서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해 투명성 제고를 촉구했고 평가 기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평가 기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결과가 대상 은행들에 호의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그 결과를 더 자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의 보유 국채, 특히 그리스 국채 손실을 확인하기에 충분치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이번 테스트가 어떤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뿌리 깊은 유럽은행 건전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시킬 수 없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크레딧 아그리콜의 피터 차트웰 스트레티지스트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만명통치약은 아니다"라며 "단지 퍼즐의 한 조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로이즈 TSB의 케네스 브록스 이코노미스트도 “스트레스 테스트 그 자체로는 시장과 은행간 대출을 위한 만명통치약이 아니다"라며 "테스트 결과가 대단히 좋다 해도 대출 물꼬를 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는 23일 유럽 91개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테스트는 91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향후 2년 안에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EU 집행위원회(EC) 전망치보다 3%포인트 위축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은행의 재무건전성 테스트가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또 이보다 상황이 악화되거나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 shock·국가부도위험)'가 발생할 시나리오도 반영돼 평가 됐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은행의 기본자본(Tier 1)비율 6%가 테스트 통과의 조건으로 추정됐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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