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날씨도 뜨거운데 왜 이렇게 많이들 오셨어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4일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7주기를 맞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찾았다.

정지이 현대U&I 전무를 비롯해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부서장급 이상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1시경 참배가 시작됐다.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10여분 뒤 기자들과 함께 한 현 회장은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었으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한 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안부를 묻는 게 전부였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계속 거부할 것인지, 현대건설 인수전에는 참여할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현 회장은 끝내 입을 다물었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현 회장에 앞서 선영을 찾아 참배를 하고 돌아갔다.

이날의 침묵은 현 회장의 깊은 고뇌를 보여주는 듯 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접어들면서 그룹의 대표사업인 대북사업은 위기에 처했다. 현 회장은 지난해 8월 방북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개성관광 중단과 천안함 피격 등으로 대북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채권단과의 갈등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만기 연장과 신규 대출 금지로 압박을 가하는 채권단에 그룹도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는 등 해법도출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범 현대가에서도 입지 확보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현대건설 인수 시도는 현대차 등의 가세로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차 중심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해야 한다"는 범 현대가의 정서는 현 회장이 넘어서야 할 벽이다.

남편을 대신해 그룹 총수에 오른지 어느 새 7년이 지났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남편의 기일을 맞는 현 회장의 심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을 것이다. 현 회장의 침묵 속의 미소가 남다른 기일이었다.

김혜원 기자 kimhye@
사진=이재문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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