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에서 8.8개각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당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는 이번 개각이 이명박 정부 하반기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최고의 인선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비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에선 차기 대권 구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9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위원회의에서 김태호 총리 내정자에 대해 "40대 총리로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내각의 건강한 활력을 넣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정치인의 입각으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고, 친서민 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친서민과 소통, 화합이라는 이명박 정부 집권후반기 국정목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며 "이번 개각을 통해 서민들에게 더욱 다가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욱 밝고 활기차게 하는 국정운영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박계에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정복 의원의 입각 과정에서 친박계와 상의가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이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갖춘 상황에서 (장관) 추천이 됐는지, 당내 화합의 화두를 충족하면서 후보자를 추천했는지 되돌아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현기환 의원도 이날 CBC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의원의 발탁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빼면서 짚어넣은 구색맞추기가 아니냐"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친박계에선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차기 대권 구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현 의원은 "박근혜 대표라는 강력한 차기 대선후보가 있지만 당내 현실은 친이,친박가 완전한 화합을 못하고 있다"며 "김태호 지사를 발탁한 것은 그런(차기 대권 주자 양성)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의 남자',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의원의 입각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당장 내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내 계파갈등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올 하반기 최대 이슈가 될 개헌 논의 등에서 주도권을 갖고 '밀어 붙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 의원은 "내각과 군기반장으로 갑자기 등극한 것"라고 말했고, 중립성향의 김성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이 전면에 배치된 만큼 자세를 낮춰서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계파별로 입장이 극명하게 어긋나는 이유는 이번 개각에서 한나라당 현직 국회의원 3명을 비롯해 여의도 정치인 출신 인사가 대거 포함된 것이 계파별로 정치적 득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발탁은 향후 당정청 관계를 비롯해 당내 권력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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