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600여건에 달하는 네이버 계정 정보가 불법 유통됐지만 피해자들은 아직 피해사실조차 몰라 제2, 3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담긴 계정정보 600여건이 불법 유통된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인터넷 사업자 A씨가 네이버 계정 정보 600여건을 불법으로 구매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이같은 사실이 불거졌다.

네이버 계정이 총 3200만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미미한 편이지만,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제2, 3의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NHN 관계자는 "아직 검찰에서 해당 사실을 통보해오지 않았다"며 "네이버 계정이 직접적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며, 불법 유통에 가담한 이들은 이미 유출된 계정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포털 사이트 계정과 비교, 동일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사용하고 있는 계정을 확보해 매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네이버 회원들이 아직 피해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이나 경찰에서 해당 사업자에 통보를 하고, 사업자는 피해 회원에게 관련 사실을 공지하는 한편 유출된 계정을 일시 정지시킨다.

이후 피해 회원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뒤 유출된 계정 정보를 변경토록 유도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출된 네이버 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회원들에게 피해 사실이 통보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네이버를 운영중인 NHN 측은 "아직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없고, 불법 매매 혐의자가 이미 검찰에 기소된 상태라 관련 통보가 내려오지 않는 것 같다"며 "계정 유출이 확인되면 바로 계정 정보를 바꾸도록 공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최근 들어 개인정보 불법유통 사례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옥션, GS칼텍스, 아이러브스쿨 등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미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상당수 계정정보가 유출됐고, 이 계정정보가 또 다시 불법 유통돼 범죄에 악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8년 옥션 해킹 사건을 통해 1081만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됐으며, 같은 해 GS칼텍스 개인정보 유출로 1125만명의 정보가 새나갔다. 올해에도 신세계닷컴과 아이러브스쿨 등 25개 온라인 사이트에서 2000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인천지방경찰청이 중국 해커를 통해 사들인 개인정보를 재판매해온 일당을 검거한 사례도 있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이미 유출된 계정정보가 시중에 불법 유통되면서 금융사기, 명의도용 등 제2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인터넷 이용자는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교체하고,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는 사이트는 탈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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