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야외 촬영장에 가면 사람들이 사인 좀 해달라고 부탁해요. 얻어 맞는 장면을 찍어서 얼굴에 멍자국도 만들었는데 그냥 찍자는거에요. 촬영중이고 분장도 지우고 해드리겠다고 하면 '좀 떴다고 이러는거냐?'며 볼멘 소리를 내세요. 저를 때리고 가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러면 저는 속상하죠. 아직도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의 '천데렐라'로 생각하시나봐요. 이제 저는 '글로리아'의 동아인데…"

'패떴'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그 동안 이천희는 영화 '10억''허밍''아름답다''뚝방전설''태풍태양''기억이 들린다''늑대의 유혹''그녀를 믿지 마세요''빙우''바람난 가족'과 드라마 '온니유''한성별곡''가을 소나기' 등 수십여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정작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패떴' 출연 이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대중들은 그가 출연한 작품에 관심을 갖게된 것. '대왕세종''그대웃어요''로드넘버원' 등 '핫'한 작품에서 주역을 따낸 그는 마침내 주말극 '글로리아'에서 배두나와 함께 1순위 주연으로 캐스팅될 수 있었다.

"'패떴' 때문에 인지도가 생긴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예능은 예능이고, 영화는 영화고, 작품의 성격에 맞게 배우는 변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패떴'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너무 강했나봐요. 변신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패떴'의 이천희로 여기는 것 같아요. 뭐, '패떴'의 모습도 제 모습이기는 하죠. 한번 고정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나봐요. 힘들어요. 휴~"

이천희는 '패떴' 때문에 장점도 많았지만, 단점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패떴'에서 함께 출연했던 김수로에게 고마운 마음도 드러냈다. 김수로가 없었다면 이천희는 '패떴'에서 '엉성천희''천데렐라'라는 별명을 얻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패떴'에서 김수로는 악역을 자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천희가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김)수로 선배는 제 학교 선배에요. '패떴'에서는 프로그램 성격상 편하게 '형'이라고 불렀지만, 제가 신입생 때 수로 선배는 최고 학번 선배라서 깍듯하게 대하고 예의를 갖췄죠. 수로 형 때문에 제가 예능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고맙죠. 고마운 선배에요"


실제로 진진과 윤서 상황 경험했다

이천희는 연기의 기본이 대본(텍스트)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익히고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이 연기의 기본이라고 판단한 것. 그래서 그는 매 작품마다 대본을 읽고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노력 덕분에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와 비슷한 지인들이 있는지도 눈여겨봤다.

"저는 주변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편이에요. 친구나 선·후배중에 제가 맡은 배역의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두명은 있더라고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성격과 특성을 파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배역에 몰입할 수 있죠."

이천희는 '글로리아'에서 진진(배두나)과 동아(이천희), 동아와 윤서(소이현)의 관계처럼 실제로도 그런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때 알고 지낸 친구가 있는데, 제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주고 서로 잘 맞다보니까 사랑인지 우정인지 헷갈리더라고요. 그 친구가 남자친구가 생기면 연락이 안 되다가, 다시 헤어져서 솔로가 되면 연락이 오고 만나기도 했어요. 윤서처럼 부자집 여자친구를 만난 적도 있구요. 근데 살아온 환경이 달라서 그것도 힘들더라고요. 윤서랑 비슷한 친구는 저랑 사귀면서 노점상 떡볶이도 처음 먹어봤고, 버스도 처음 타봤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헤어지긴 했지만 이 두 사람 모두 연기하는데 예전 감정을 떠올리게 해서 도움이 됐어요"

'글로리아'로 대상 받고 싶다

이천희는 '글로리아'에 거는 희망이 크다. 그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혼해주세요'를 앞지르고 싶은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MBC가 주말드라마에 약한 모습을 보여서, 편성됐을 때 적잖게 고민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기도 생겼다. 이천희는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의기투합해서 '글로리아'를 멋진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작품으로 인정을 받으면 시청률도 조금씩 올라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배우 이천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연말 시상식 때 대상을 수상하는 것이 목표다. 꼭 상이 좋다기보다는 상을 받을 수 있을만큼의 노력하고 싶다는 것.

"'글로리아'로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상 받을만큼 열심히 노력하자는거죠. 그냥 넘어갈 부분도 다시 생각해보고, 이런 연기는 대상감 연기가 아니야.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찍고, 수정하고 노력하고 그러죠"

이천희는 시청률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리아'의 시청률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은 멀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아주 좋아요. 시청률이 조금씩 오르면 우리가 열심히 해서 시청률이 오른 것이라고 생각도 되지만, 반면에 시청률이 떨어지면 우리가 우물안에 개구리처럼 우리끼리만 좋다고 찍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도 든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관심과 성원이 꼭 필요하다. 조언도 충고도 모두 좋으니 '글로리아'를 위해서 격려와 지지 부탁드려요"



강승훈 기자 tarophine@
사진 한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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