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14일 신한금융의 운명의 날은 결국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로 결론이 났다.

이날 태평로 신한금융 본사는 아침 일찍부터 수많은 기자들로 북적이며 팽팽한 긴장감이 하루종일 감돌았다. 직원들의 발걸음은 무거웠으며 16층 이사회장은 외부인의 출입이 원천 봉쇄됐고 청원경찰이 대거 배치돼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후 2시 이사회 개최가 임박해지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올랐다. 이사회를 1시간여 앞두고 사외이사들이 속속 도착하자 로비는 기자들과 점심식사 후 돌아오는 본점 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12시50분경 검은 양복 차림의 라응찬 지주 회장은 미리 설치된 레드카펫 뒤쪽으로 들어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16층 회의장으로 향했다. 외부에 나갔던 신상훈 사장은 취재진을 피해 주차장 입구 쪽으로 들어왔다. 이백순 행장은 외출을 삼간 채 행내에 머무르다 이사회에 참석했다.

12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개인적인 사유로 회상으로 이사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재일교포 사외이사인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코포레이션 대표를 제외한 11명의 사외이사들이 속속 들어섰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사외이사는 정행남 재일한인상공회의소 고문. 정 이사는 '신 사장 해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여전하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채 회의장으로 향했다. 이사회 의장은 전성빈 서강대학교 교수는 파란색 원피스 차림으로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로비에 들어섰지만 "이사회 개최 전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해봐야 한다"고 짧게 답했다.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이사회의 무거운 분위기를 상기시켰다.

이사회는 5시간 가까이 되는 마라톤 논의 끝에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종료됐다. 사외이사들은 신중히 결정 내릴 수 있도록 양측 소명이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다.

먼저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행장측이 1시간45분간 신 사장을 고소하게 된 배경과 은행측 입장을 설명했다. 이후 이정원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이 신 사장측 해명 직후 이사회장을 나서며 "라 회장이 자문료 15억원 가운데 일부를 사용한 것에 대해 인정했다"며 신 사장 해임은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사장은 전화통화에서 "사외이사들의 결론을 내리는 데 큰 부담을 안고 있다"며 "참고인의 증언을 통해 사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표결로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소명이 끝난 후 이사회는 두차례의 짧은 휴식을 가지며 2시간 여 동안 종합적인 토론을 벌인 끝에 신 사장의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전성빈 의장은 "모든 이사들이 이 결정은 신한을 위한 결정이라는 의견을 조율한 것"이라며 "사법당국의 결과 기다리겠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당초 신 사장 해임 반대를 강력히 주장한 일본 재일교포 주주들은 서운한 입장을 표명했으나 이사회에서 양해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개인 사정으로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화상회의로 참석한 재일동포 사외이사 히라카와 요지씨는 부인의 갑작스러운 병원행으로 불참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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