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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水’에 관심과 격려를...
최종수정 2010.09.15 17:35 기사입력2010.09.1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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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신호로 부대 내 좌익 조직들이 무기고와 탄약고를 접수, 제주도 출동을 위해 지급된 수천 정의 M1과 99식 소총 등을 탈취한다.
무기고 장악이 끝나자 연대 인사계 지창수 상사가 마이크를 잡고 “전 장병은 연병장에 집결하라”고 소리친다. 광주·전남 지역사의 최대 비극 중 하나인 ‘14연대 주둔군 반란사건’의 시작이었다.
이 사태는 14연대 내부의 남로당계 특정 조직에 의해 발생했다. 당 중앙의 공식 지령없이 우발적으로 터져나온 것이다.
이들이 사건 초기, 남로당 수뇌부와 연결된 좌익 장교들마저 다수 사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총살시키는 순간에도 그들이 같은 당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지 상사 등이 “지금 인민군이 38선을 돌파, 남하중이다. 제주출동 반대, 악질경찰과 보수반동 처단”이라고 선동하자 여수지역 남로당원들도 우왕좌왕하면서 얼떨결에 조직을 동원한다.
당시 여수가 흘린 피눈물은 필설로 다 할 수 없다. 진압 직후, 문교부 시찰단 일원으로 현지에 도착한 김영랑 시인 앞엔 거의 전소된 도심과 좌우익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수천 명의 무고한 양민 사상자가 있었다.
종고산과 구봉산마저 미군의 함포사격으로 새까많게 탄 ‘지옥도’였다. 김 시인은 “우리가 어찌 다시 하늘의 도움을 바랄 수 있단 말이냐...”고 울부짖었다.
14연대의 다수 남로당계 장교와 여수지역 남로당원들도 미처 몰랐던 ‘무장봉기’. 하물며 여수 지역민들에겐 ‘마른 하늘의 날벼락’,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이 사태의 공식 명칭은 무려 50년간 소위 ‘여순반란사건’이었다. 주객이 완전 뒤바뀐 이 통한의 명칭은 아직도 우리 사회 저변에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지역민들과 지역 정치인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지난 97년에야 어렵사리 ‘10.19 여수·순천 사건’으로 바뀌었으나, 정명(正名)인 ‘14연대 주둔군 반란사건’을 회복하기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겨우 겨우 봉합되던 여수의 생채기는 75년 다시 한 번 짓이겨진다. 바로 ‘허봉용 밀수사건’이었다.
밀수 수사를 받던 한 선장의 ‘고문흔적’이 면회에서 드러났고, 이에 흥분한 아들이 세관 직원을 살해하면서 시작된 이 사건으로 여수는 이후 2개월간 전 시가를 휩쓴 수사 및 검거선풍에 떨어야 했다.
이 기간 중앙일간지들의 1면은 거의 매일 대검 특수1과장 김병리 검사가 이끄는 ‘여수지구 밀수폭력특별수사본부’ 발 기사로 장식됐다.
사회 곳곳이 허술했던 70년대. 당시 밀수는 여수만의 일이 아니었다. 부산을 비롯 충무, 마산, 목포 등 남해안 대부분의 항구에서 공공연히 이뤄진 게 사실이다. ‘여수 한달치가 부산 하루나절 물량’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분노를 속으로 삭이던 여수시민들은 2년 후 모 방송의 라디오 드라마인 ‘법창야화’에서 더욱 황당한 상황을 접한다. 당시 라디오는 요즘의 티브이 격이다.
‘안개낀 여수항’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드라마에서 여수는 밀수와 치정, 그리고 음모의 도시로 둔갑됐다. 상처에 소금이 뿌려진 것이다.
인근 야산에서 급히 내려온 열혈 고시생 김충조의 항의광고가 지방신문에 실리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당초 60회 분량이던 문제의 드라마는 40회로 종방됐다. 그러나 여수의 오도된 이미지는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된 후였다.
# 남해안 최고의 미항. 순박하고 정 많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사는 곳. 이제 죄 없는 여수는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지난 60여년 너무도 억울하기만 한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대대로 이어져온 편견을 끊으려 한 시민들의 절절한 노력, 그 엄중하고 한 서린 열망을 뒤로하고 ‘경관조명사업’에 한몫씩 끼어 자신들의 하챦은 사욕을 취했던 몇몇 사람들. 그들이 역사의 추상같은 응징을 피할 방법은 없다.
감옥 갈 사람은 알아서들 어서 가고, 책임 질 사람은 책임지자. 그리고 모든 역량은 다시 박람회로 모아져야 한다.
최근 ‘2012 여수세계박람회’ 예산반영이 순조롭지 않다고 한다. 국민적 관심과 격려가 아쉽다.
광남일보 국장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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