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현대건설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주 채권단이 현대건설 지분(34.88%) 매각 공고를 낸데 이어 27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오래전부터 인수의사를 밝혀온 현대그룹도 곧 의향서를 낼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올해 최대의 인수합병(M&A)시장 매물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인수전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간의 경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현대건설 인수전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한국의 대표 건설기업이라는 브랜드의 유명세에 현대가(家) 그룹 사이의 쟁탈전이라는 독특한 배경이 가세한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8조원에 이르는 현대건설의 향방은 또 건설업체는 물론 재계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현대차그룹은 27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가 나오자 현대그룹측은 즉각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그룹 또한 남북경협사업, 상선, 엘리베이터 등과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4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인수대금을 놓고 현대차그룹은 전액을 자체 조달하겠다는 입장이고, 현대그룹은 전략적 투자자 등을 확보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명분도 팽팽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가에서 장자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정몽헌 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건설의 뿌리를 내세운다.
　
우리는 현대가의 내력이나 정통성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우려하는 것은 그러한 독특한 배경이 인수전에 미칠 영향이다. 자칫 과열 경쟁이나 감정싸움으로 번진다면 이는 현대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평가는 엄정하고 투명하게 경제논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현대건설은 중동건설 신화의 피땀이 어려있고, 세계적인 건설기술과 네트워크를 가진 건설업체다. 한때의 불명예를 털어내고 글로벌 건설사로 재도약해야 하며,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능력있는 곳이 인수해야 한다. 시너지, 자금력, 미래의 청사진, 경영 능력 등을 엄격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입찰 참여자들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냉정하고 합리적인 자세로 인수전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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