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추값 파동이 '김치대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배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장김치 업체들은 조만간 가격인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정용 포장김치 1위 브랜드인 '종가집김치'의 대상F&F는 현재 김치공장 가동률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작황 부진으로 배추 자체를 구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대상 관계자는 "배추 뿐만이 아니라 무, 대파, 마늘 자체가 구하기 어려워 연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면서 "현재 김치 생산량을 절반 정도로 줄인 상태"라고 말했다.

'하선정 김치'의 CJ제일제당 또한 마찬가지로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수출은 물론, 국내시장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서울 시내 일반 음식점에서는 배추김치 대신 열무김치를 반찬으로 내놓거나 추가 주문 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문구를 붙여 놓기 시작했다.

이처럼 배추값 폭등이 '김치대란'으로 확산되면서 포장김치 업체들은 다음달 경 가격을 10% 정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대상 관계자는 "연일 치솟고 있는 배추 가격에 김치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언제, 얼마나 올릴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략 10%선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안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 왔던 CJ제일제당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5월 김치값을 8% 가량 인상했기 때문에 또 올릴 수가 없어 경비 절감 등의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했으나 지금은 한계상황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9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기, 청주 등 7곳에서 거래된 배추 상품 1포기의 소매 가격은 평균 1만2410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77원에 비해서 약 4배나 치솟은 가격이다. 이날 거래된 배추 1포기 최고값은 1만4800원이었다.

이처럼 배추값이 폭등하고 있는 까닭은 올해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진데다 태풍 곤파스의 습격, 그리고 최근 폭우로 인해 전국 배추 재배면적의 15% 정도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는 11월까지는 배추값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고랭지 배추가 나오는 강원도 지역의 작황이 매우 부진해 배추값이 폭등했다"면서 "배추는 생육기간이 두달 정도로 본격적인 김장철이 되는 11월경에는 정상적인 물량이 확보돼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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