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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왕]"목표 설정이 판매왕의 지름길"

최종수정 2010.10.03 09:59 기사입력2010.10.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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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하루 걸려오는 전화만 300~400통. 그야말로 전화에 불이 날 지경이다.

BMW 판매왕인 구승회 과장(코오롱모터스 강남전시장)과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대화 도중 걸려오는 전화에 인터뷰는 번번이 막혔다. 이 때문에 그 역시 안절부절했다. 남을 배려해야 하는 영업직인 만큼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전화가 내내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 그대로 마침 인터뷰가 있던 날에 출고가 한꺼번에 몰렸다. 지난달 판매한 19대 가운데 14대가 그날 출고가 예정돼 있었다. 그래도 본인이 이룬 성과인 만큼 뿌듯함은 컸을 것이다.

구 과장은 2002년 BMW에 입사한 이후 2004년 64대와 2005년 72대,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85대와 97대를 판매하면서 총 4차례 판매왕을 차지했다. 올해의 경우 1~9월에 101대를 팔아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5시리즈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내방객이 2배 늘었습니다. 재고도 없습니다. 다른 차종도 사정은 마찬가지고요. 전시장에도 차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의 영업은 주로 재구매 혹은 소개를 통해 이뤄진다. 재구매와 소개를 포함해 4대 이상의 실적 창출에 도움을 준 고객 숫자만 40여 명에 달한다. 그에게는 VIP 고객인 셈이다. 한 고객은 재구매와 소개 등으로 구 과장에게 100대 이상 실적을 안겨주기도 했다.

구 과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성실함'이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도 없이 일할 정도로 바쁘다. 구 과장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객에게 안부전화를 간간이 합니다. 근황을 묻다가 어떤 고객이 이사를 간다고 하면 직접 이삿짐을 나르기도 했습니다. 고객이 아프다고 하면 죽을 싸들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구 과장은 한 고객과 통화중 '아이가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언급해 아는 PD를 수소문해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하니 BMW와 인연을 맺었던 초창기 시절을 밝혔다.

"2002년 입사 후 BMW 마포지점에 첫 배정을 받았어요. 강남보다는 고객이 뜸한 곳입니다. 그러니 방문고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고요. 고객의 차 휠을 닦거나 타이어 청소 등을 했죠. 감정에 호소한 겁니다."

이 같은 고객 감동 작전은 효과를 발휘해 입사 1년이 지난 2003년 5월 한 달 간 10대를 판매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강남 이외 지역에서는 최초였다.

두각을 나타내는 활동으로 구 과장은 몇 개월 후 판매대수가 많은 강남 전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회를 넓힌 셈이다.

그는 강남 고객들을 응대하기 위해 전략을 바꿨다. 감성도 중요하지만 제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차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또 망설이는 고객에게는 제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잘 나가는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2006년 상반기였다.

"2004년과 2005년 판매왕을 거머쥐었는데 2006년 되니 자만심 때문인지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겁니다. 저는 슬로우 스타터인데 후배들이 갑자기 무섭게 치고 올라오니 위기감이 생기더군요."

그는 이와 관련해 자동차 영업사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표의식을 확고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슬럼프 탈출 역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기에 가능했다고 답했다.

구 과장에게 올해의 목표를 물으니 "144대를 달성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달 12대씩 잡은 목표치다. 그가 들고 온 수첩 맨 앞에는 '미쳐보자'라는 문구가 있었다.

"입사 당시 목표는 누적으로 1000대였습니다. 현 상태대로라면 앞으로 5년 후에는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5년 후에 BMW를 떠날 생각은 없어보였다.

"BMW가 별 볼일 없는 나를 대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에도 나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졌습니다. 연봉과 회사에서 제공되는 각종 인센티브 덕분에 가족들도 행복해하고 원하는 것을 뭐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어진 일에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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