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김원섭, 이하 공대위)는 10일 서울 여의도 공대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키코피해와 관련해 시중은행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키코계약 당사자간 끝장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키코(KIKO)는 통화파생상품의 일종으로 계약기간 동안 환율이 일정 구간 내에서 변동하면 기업이 이익을 보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큰 손해를 입는 구조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7일 전국은행연합회와 신한은행, 씨티은행 등 키코 관련 은행이 공동간담회를 열고 "키코는 기업 자의에 의한 거래였고 은행도 피해자다"며 "키코피해와 관련해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공대위는 "헤지는 기본적으로 리스크 감소가 원칙인데 키코는 오히려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품"이라며 "기본적으로 엉터리인 상품을 기업에게 판매한 은행 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 측의 "키코 판매로 인한 수익은 중개 수수료뿐"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시중은행의 파생상품 손익을 보면 2007년 대비 2008년 급격한 증가가 이뤄졌다"며 "키코상품 불공정거래가 의심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은행들의 부실한 상품설명도 도마에 올랐다. 한 피해기업 대표는 "키코판매 당시 상품 위험성에 대해 조금의 설명도 없었다"며 "이 정도로 위험한 상품인줄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를 지금까지 끌어오는 데 수십년 세월이 걸렸는데 무너지는 데는 일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공대위는 은행이 중소기업-은행간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시중은행들은 보통 중소기업과 20~30년씩 거래를 해온 곳들"이라며 "그동안 쌓여온 신뢰를 이용해 불량상품을 판매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 측이 공대위 구성원에게 공대위 탈퇴를 강요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대위는 "공대위가 정식 출범한 이후 은행 측이 공대위 가입 기업에게 유무형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은행 측의 자숙을 촉구했다.

조붕구 공대위 부위원장은 "키코 사건은 간단하다. 중소기업이 키코 피해를 입고 망했다는 것"이라며 "하루빨리 피해기업 구제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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