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추자현은 작지만 큰 배우다. 유난히 마른 체형이라 실제 키보다 작아 보이지만 배우로서 그는 실측 사이즈보다 훨씬 커 보인다. 배우라는 이름 안에서 꿈틀거리는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추자현의 연기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싱글즈'로 유명한 권칠인 감독의 신작 '참을 수 없는.'이다. 추자현은 이 영화에서 작가를 꿈꾸는 출판사 직원 지흔 역을 맡았다. '사생결단'의 마약중독자, '미인도'의 기생과 달리 매우 평범한 인물이다.

"영화에서 주로 강한 캐릭터만 연기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에는 눈이 안 갔어요. 배우로서 강한 인상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에 눈이 갔던 게 사실이죠. 도전하고 모험하는 제 성격과도 잘 맞았고요. 서른이 넘다 보니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참을 수 없는.'의 지흔은 지극히 평범한 30대 초반의 미혼녀다. 만취 중에 저지른 사고로 가진 것을 다 잃고 유부녀인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되는 '백조' 지흔의 현실은 평범하기보다 '평균 이하'에 가깝다. 추자현의 연기 변신은 그래서 새롭고 또 놀랍다. 극중 지흔은 잘 풀리지 않는 현실에 늘 술로 스트레스를 풀며 다음날이면 숙취에 시달리며 한심한 하루를 보낸다. '옆집 아저씨' 원빈은 비현실적이지만, '옆집 여자' 추자현은 정말 옆집에서 불러내 캐스팅한 것처럼 현실적이다.

"'참을 수 없는.'이 대작도 아니고 요란한 화제작도 아니지만 20대 후반이나 30대 초중반 여성 관객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거예요. 여배우로서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건 기쁜 일이죠. 주조연을 떠나 요즘엔 정말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드물어요. 솔직히 드라마보다 영화가 더 좋은데 좋은 작품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참을 수 없는.'의 지흔처럼 추자현도 이제 서른이 넘었다. 자신의 내면 중 지흔과 가장 닮은 부분을 끄집어내 연기했다지만 '사랑'에 대한 것은 전혀 다르다. 추자현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남자 때문에 힘들어 본 적이 없다"며 "상처 받기 싫어서 마음을 완전히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0대의 복잡다단한 연애 이야기를 하는 영화 때문인지 인터뷰의 상당 부분은 사랑과 연애에 대한 수다로 채워졌다. 거침없고 가식 없는 성격이라 대화의 내용도 시원시원했다. "겉으로 보이는 성격만 보고 몇몇 남자들이 대시하기도 한다"지만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은 없다며 "결혼도 30대 후반에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자현은 '참을 수 없는 것'으로 '후회하는 것'을 꼽았다. "가끔 열정이 지나친 듯한 연기를 하는 것도 후회하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남자배우와 베드신을 찍을 때도 쭈뼛거리지 않고 대범하게 찍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을 수 없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배우 정찬이 "지금까지 함께 베드신 찍은 배우 중 가장 편하게 연기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감독들은 추자현과 작업하고 나면 꼭 '이렇게 뜨거운 열정을 평소엔 어떻게 안고 살아가냐'고 묻는다고 한다. 그만큼 추자현은 보이는 것보다 품고 있는 재능이 훨씬 많은 배우다. '참을 수 없는.'은 '사생결단' '미인도'와 전혀 다른 지점에서 배우 추자현의 숨은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연이건 조연이건, 그의 다음 작품에 기대를 높이는 것도 그리 손해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