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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니 쿠퍼 SE |
# 30대 초반 여성 직장인 김수경 씨는 BMW그룹의 뉴 미니(MINI)를 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신형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단숨에 딜러를 찾아간 김 씨는 더 깜찍해진 외형에 반해 구매를 결심한다. 시승을 해보니 새로 바뀐 엔진 덕분인지 예전 모델보다 탄력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녀를 고민에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내부 기본 사양. 2990만원짜리 '쿠퍼 SE'를 찜했는데 2008년형에 있던 선루프는 물론 자동 에어컨 기능도 없다니 '싼 게 비지떡'인가 싶으면서도 골탕 먹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내 진출한 수입자동차 업계가 '프리미엄-저가(低價)'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낮아진 가격으로 인한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입차 가격의 거품을 고질적으로 지적했던 몇 년 전에 비하면 차량 가격이 하향 추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속내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는 얘기다.
우선 우리나라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수입차 본사 차원에서 여기는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는 데 배경이 있다. 이미 성숙한 시장보다는 초기 성장 단계에서 엔트리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인 것. 또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수입차에 대한 고가의 프리미엄 선입관을 갖고 있는 고객에게 진입 장벽을 허물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A 수입차 관계자는 "업계가 공통적으로 프리미엄 외에 저가의 가격 정책을 확대하는 것은 한국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 초입에 들어섰다는 본사 차원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며 "수요자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춰 평생 고객으로 유인하겠다는 것이 숨은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입차 업계의 저가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올해 수입차의 내수 점유율은 6%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수억대의 고가 차량에서부터 2000만~3000만원대 저가의 다양한 모델을 발 빠르게 라인업하면서 수요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인 인사이트를 출시하기에 앞서 2000만원대로 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본사 측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저가 전략으로 인한 문제점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가격은 상승하는데 반해 차량에 가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적신호가 켜질 우려가 생긴 것이다. 수입차 업계는 결국 차량의 일부 편의 사양을 기본과 선택(옵션)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고 있지만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됐다.
B 수입차 관계자는 "수입차 브랜드가 너나 할 것 없이 2000만원대 저가 모델을 출시하면서 엔트리 고객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됐다"며 "예전 모델과 비교해 기본 사양 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여부도 꼼꼼히 살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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