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8월 회사원 김 모(41)씨는 휴대폰에 온 "오빠 잘 지내?"라는 문자를 보고 아는 여잔가 싶어 전화를 걸어 봤다가 낭패를 당했다.

전화를 받은 여자는 별다른 말도 하지 않고 처음엔 "문자를 잘못 보냈다"고 했다. 황당했던 김 씨는 "별 사람이 다 있다" 싶어 곧 끊으려고 했지만 여자가 자꾸 이말 저말을 시켜 통화가 길어졌다. 나중엔 "이혼녀인데 한가하다. 한 번 사귀어 보자"고 까지했다.

그제서야 김씨는 이상하다 싶어 전화를 끊었지만 이미 통화시간은 3분이 훌쩍 넘어선 뒤였다.

이후 9월달 휴대폰 요금 청구서를 받고 나서 김씨는 그 전화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주)****통신'이라는 별정통신업체의 이름으로 1분당 1000원이 넘는 고액의 정보이용료가 요금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결국 김 씨는 "오빠 잘 지내?"라는 '낚시' 문자에 낚여 전화요금을 낭비한 셈이다.

김씨처럼 휴대폰 문자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고액의 요금을 뺏긴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다. 약 1년간 200만명의 남성들이 15억원의 요금을 뜯겼다.

이와 관련 인천 남부경찰서는 최근 1년간 남성을 유혹하는 내용의 문자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후 전화를 걸어 온 남성들에게 상담원인 사실을 숨긴채 1분당 1000원의 고액 통화를 유도해 약 15억원의 요금을 뜯은 별정통신업체(060) 사장 이모(52)씨와 관리직원 장모(41)씨등 3명, 조모(32)씨 등 상담원 26명 등 총 30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전화를 걸어 온 남성들을 상대로 이혼녀, 처녀, 가정 주부 등을 사칭해 '한가하다', '같이 밥이나 먹자' 등의 말로 유혹하며 통화 시간을 끌어 고액의 정보이용료를 챙기는 수법을 썼다"며 "상담원들도 인센티브를 받고 사기 범행에 공동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해 모두 입건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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