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지난 2년간 거침없이 금고의 돈을 내줬던 중국 대형 은행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해 곳간 채우기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올 한해 동안 중국 은행권이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5000억위안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건설은행, 중국은행, 공상은행, 중신은행 등 중국의 대형 은행들이 대출 확대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향후 몇 주 안에 1900억위안(미화 284억달러)이 넘는 자본조달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자본조달은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으로 거래가 활발해 지고 있는 홍콩과 상하이 주식시장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시가총액 기준 중국 2위 은행인 중국건설은행은 이달 안에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617억위안 어치의 주식을 발행해 자본 확충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같은 기간 자산 기준 중국 4위 은행인 중국은행도 홍콩과 상하이증시에서 주식발행을 통해 600억위안을 조달할 계획이다.

두 은행의 유상증자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 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실시된다. 건설은행과 중국은행은 홍콩증시에서 현재 주가 보다 44% 할인된 금액에 신주를 발행한다. 또 상하이증시에서 중국은행은 34% 할인된 가격에, 건설은행은 27% 낮은 가격에 주식 발행을 한다.

시총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도 주식시장에서 450억위안을 조달하고 중신은행은 260억위안어치의 주식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BNP파리바는 올해들어 현재까지 중국의 은행권이 밝힌 증자 계획 규모가 3260억위안을 넘어섰으며 올 여름 중국증시에서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단행한 중국농업은행까지 더하면 그 규모가 5000억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은행권이 공모가를 대폭 낮추면서까지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야 할 만큼 금고가 비워진 데에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지난해 신규대출 규모가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당시 신규대출 규모는 9조2900억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은행권의 대출 규모는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평균 20%씩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정부는 대출 확대로 인한 자산 버블을 우려해 올 한해 신규 대출 목표를 7조5000억위안으로 낮춰 잡았다.

한편 은행권의 대출 확대는 건설은행, 공상은행 등 중국 대형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을 악화시켰지만 3분기 순이익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영향을 줬다. 은행권의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유동성 리스크를 감지하고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대폭 강화할 태세다. 일각에서는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가 조만간 대형 은행들에 2012년까지 자기자본비율을 15%로 끌어올려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현재 11.5%의 자기자본비율을 지켜야 한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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