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로시가 대신증권-토마토M 한유럽여자마스터즈에서 골프백을 직접 끌고 다니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 로시는 결국 '컷 오프' 됐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프로골퍼에게 캐디는 영원한 동반자다.

실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위업은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미국)와 함께 일궈낸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전노장' 톰 왓슨(미국)은 전성기를 함께 했던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가 루게릭병에 걸려 사망하자 그를 기억하고자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일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감동스토리'까지 만들었다. 유럽 선수들은 그러나 캐디 없이 선수들이 스스로 백을 메고 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 프로선수가 "캐디도 없이?"= 제주에서 지난 7일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대신증권-토마토M 한유럽여자마스터즈에서 LET소속선수 가운데 무려 10명이 캐디 없이 대회를 치렀다. 선수가 직접 백을 메거나 카트를 끌고 다녔다는 뜻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이 없어서다.

베슨 커틀러 LET 사무국 미디어 담당은 "유럽에서는 1, 2라운드에서는 '셀프플레이'를 해도 무방하고, 상금을 주는 3라운드에서만 캐디를 동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LET 선수들 가운데 상금랭킹 하위권 선수들은 특히 내년도 시드 확보를 위해 '장거리 원정길'에 나선 터라 캐디 비용이 상당히 부담이 됐다.

물론 캐디 없이 플레이한다는 건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돈을 아끼기 위해 '나홀로 플레이'를 하다보면 기본적으로 체력 부담이 크고, 효과적인 코스공략도 어렵다. 신지애(22ㆍ미래에셋)는 "캐디는 치밀한 우승 전략과 함께 결정적인 순간에는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멘탈 강화'의 역할까지 수행한다"고 캐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국내 선수 "전문캐디시대는 아직?"= 미국 무대에서는 대부분의 선수가 전문캐디와 장기간 계약을 맺는다. 이 때문에 캐디도 스타급이 있다. 우즈의 캐디 윌리엄스는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백만장자'다. 여자 무대 역시 콜린 칸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박세리(33)에 이어 폴라 크리머(미국)와 호흡을 맞출 정도로 스카우트의 대상이다.

국내 선수들은 그러나 전문캐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국내 무대 자체가 전문 캐디를 고용할 만큼 상금 규모가 크지 않아 전문가 양성도 만만치 않다. 친구나 선후배 또는 부모가 대신하거나 대회가 열리는 코스에 소속된 캐디 즉 '하우스 캐디'를 고용한다. 남자대회에서는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60명까지, 여자대회는 20∼30명이 하우스 캐디를 찾는다.

그래서 코스가 어려울수록 경력이 오래된 하우스 캐디를 구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치열하다. 대회가 열리기 전 한국남녀프로골프협회는 골프장과 캐디의 일당을 협의하는데 요즘은 보통 15만원 정도라고 한다. 우승 보너스에 대한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200~ 3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기분파도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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