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여권내 잠룡으로 평가받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16일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느냐'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는데, 가능하면 '대통령이 된 뒤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느냐'는 점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 월드컵 유치 활동에 올인하면서 현실정치와 거리를 둔 정 전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책임이 큰 자리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분이 반드시 성공해야 국민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온데 이어 반대관점에 있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왔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우리가 민주화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박정희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오래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정 전대표는 이어 여권내 차기 경쟁과 관련, "국민이 볼 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이 나오고, 건강하게 경쟁하면 좋겠다. 정치는 경쟁의 연속인데, 같은 경쟁이라고도 나라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의 대권도전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나라를 위해 많은 고심을 하는 동료 의원들을 만나고, 시간이 되면 학자와 교수들도 만날 생각"이라며 "월드컵 유치활동 이후 창조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 청년실업과 양극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개헌론과 관련, "(현 정부) 임기 중 꼭 개헌할 필요는 없다. 헌법을 공부하다 '헌법을 고치는 게좋겠다'는 국회의원간 절대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 가서 개헌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권력자나 특정 사람이 '논의하라, 말라'고 하는 것은 국회의 존립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국회 스스로 무엇을 논의할지 정하지 못하는 관행은 좋지 않다. 국회가 자율성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한나라당이 개혁적 중도보수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과 관련,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맞춰 당의 정책방향, 정체성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서민이라는 구호에 매몰돼 서민을 어렵게 하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대표는 한국의 월드컵 유치 가능성과 관련, "초기 국내의 무관심과 비관적 분위기가 장애물이었으나, 지금은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현재 우리를 포함해 미국, 일본, 호주, 카타르 등 5개 국가가 경쟁하는데, 많은 분이 '한국이 상당히 유력한 후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구상 마지막 남은 분단국인 한반도에서 2022년 월드컵이 열리면 FIFA가 추구하는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라며 "G20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정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아울러 내년 'FIFA 회장 도전설'과 관련, "FIFA 주위에서 저보고 회장에 도전해 보라는 의견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제게 주어진 사명은 2022년 월드컵의 한국 유치이고, 그 임무를 달성한다면 축구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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