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부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낮추기에 가세했다. KDI는 21일 2011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4.2%로 0.2%포인트 내렸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고, 5.9%로 예상한 올해 성장률이 기대보다 높아(6.2%) 내년도 성장폭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기저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앞서 18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7%에서 4.3%로 0.4%포인트 낮췄다. KDI와 OECD의 전망치는 4.0% 안팎인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치와 비슷하지만 정부 전망치(5.0%)와는 차이가 크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따라 "12월 중순 발표할 2011년 경제정책방향(경제운용방향)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남짓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DI 김현욱 선임연구위원도 "정부가 다음 달 내놓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DI는 이날 발표한 'KDI 경제전망 - 2010 하반기'에서 내년 중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올해보다는 성장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중 우리 경제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근접해 연간 4.2%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오석 KDI 원장은 하지만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게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는 잠재 성장 수준으로 복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KDI는 이런 전망의 전제로 연평균 원유 도입 단가를 배럴당 85달러로 상정했다. 실질실효환율(이론상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환율 수준) 기준 원화 가치는 올해 4분기 수준에서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점쳤다.

수출은 12.5%, 수입은 14.6% 늘어 수입 증가폭이 수출 증가폭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수입이 늘면서 경상수지는 올해(320억달러)의 절반 수준인 152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실업률은 점차 낮아져 연평균 3.6%를, 취업자 수는 연평균 3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보다(2.9%) 소폭(0.3%포인트) 오른 3.2%로 추정했지만, 근원물가 상승폭은 올해 1.8%에서 내년 2.7%로 1%포인트 가까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 근원물가를 살필 때 농산물·석유류 값은 빼지만, 올해 지수가 낮아 기저효과가 나타나고, 최근의 유가와 농산물 가격 급등세가 전반적인 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DI는 이런 전망 속에서 "지속적인 금리 정상화"를 주문했다. KDI가 본 적정 금리는 3.0% 수준. KDI는 "지금처럼 금리가 낮으면 물가상승 기대가 높아지고, 자산가격이 오르거나 재무구조가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과세·감면 제도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KDI는 "올해 비과세·감면 폐지·축소율(36%)이 지난해(32%)보다는 높았지만 2008년(50%)과 2007년(64%
)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며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등은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급격한 자본유출입의 부작용을 줄일 외환 정책을 지지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KDI는 "단기적으로 수출입 기업의 환헤지(환 위험회피)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선물환 시장의 수급불균형 해소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는 한편 "국제 경제 변수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내년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고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갈등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향후 환율·원자재 가격이 급변하고, 금융 시장이 불안해지면 내년도 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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