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한국 여자 축구가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했다. 1990년 여자축구가 아시안게임 종목에 채택된 지 꼭 20년 만의 쾌거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22일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3·4위전서 박희영과 지소연의 연속골로 개최국 중국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준결승에서 연장 끝에 북한에 패한 아쉬움을 날리고 사상 첫 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맛봤다. 한국 여자 축구가 종전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4위(1994,2002,2006)였다.

지소연은 5호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뒀다. 이날 오후 8시(한국시각) 펼쳐질 결승전서 일본에 맞서는 북한의 라은심이 3골을 기록 중이어서 라은심이 한 골을 넣는 데 그친다면 득점왕은 지소연 차지가 된다.

한국은 특히 아시안게임 첫 메달로 U-20 여자월드컵 3위, U-17 여자월드컵 우승, 피스퀸컵 우승으로 이어진 2010년 한국 여자축구 신화를 기분좋은 마침표로 장식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중국과 역대 상대전적에서 1승 2무 22패의 절대 열세를 보였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공중증'을 완전히 탈피했다. 중국은 과거 아시안게임 3연패(1990, 1994, 1998)를 일군 아시아 최강이었지만, 이번대회 조별예선과 3·4위전에서 두 번 맞붙어 한국이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한국은 기막힌 조직력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2분 박은정이 수비진을 제치고 킬패스를 찔러준 것을 박희영이 오프사이트 트랩을 뚫고 재치있게 쇄도하며 이어받아 그대로 오른발슛,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양팀은 추가 득점없이 공방을 주고받았고 전반 37분 마침내 지소연의 환상적인 골이 터져나왔다. 지소연은 전가을의 패스를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받은 뒤 침착하게 볼을 멈춰 한템포 쉬었다. 이어 수비수 한 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감아찼다. 이 볼은 그림처럼 골대 안으로 휘어 들어갔다. 중국 GK 장위에도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환상적인 골이었다.

한국은 그러나 전반 인저리타임 하마터면 실점을 할 뻔했다. 중국 왕이항의 오른발슛이 빨랫줄처럼 뻗어나가 크로스바를 튕겨나온 것.

후반들어 소강상태를 보였던 양팀의 공방은 후반 37분 중국 팡 펑위에의 기습슛이 GK 전민경의 동물적인 선방에 막히면서 불이 붙었다. 그러나 중국의 마지막 공세는 잇따라 무위로 끝났고 한국 태극낭자들은 첫 메달의 기쁨에 환호성을 울렸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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