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친족 중 누구도 등기이사에 등재되지 않았다는 비난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일제히 발탁승진한 이 회장의 세자녀들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지에 재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에버랜드ㆍ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ㆍ제일기획 부사장 등은 누구도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특히 현재 3세경영 전면에 부상하고 있는 재벌 총수 자녀들이 상당수 등기이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내년 주총에서도 비등기이사로 남는다면 권한만 강화시켜주고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난 강도는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등기이사가 된다는 것은 이사회에 참석, 장ㆍ단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투자ㆍ채용인사 등을 결정하는 책임이 수반되는 자리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13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주총에서 이 회장의 자녀 중 등기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이부진 에버랜드ㆍ호텔신라 사장이다. 이 사장은 등기이사였던 성영목 대표이사가 물러났기 때문에 호텔신라의 명실상부한 대표로서 등기이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버랜드의 경우 경영전략담당 사장이기 때문에 꼭 등기이사가 될 필요는 없는 실정이다.

이재용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의 경우는 등기이사 등재를 차후로 미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현재 삼성전자 등기이사는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부회장, 윤주화 CFO 등 3인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자리를 내 놨기 때문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내년 이재용 사장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지만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자리라는 점에서 사업부장(사장) 중 1명이 이 부회장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제일모직은 현재 황백 대표이사 사장 외에 전무 2명이 등기이사로 돼 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서현, 김재열 부부 중 한 명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현재 삼성측은 내년 주총에서 결정날 이들의 등기이사선임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7월 1일 이건희 회장이 차명계좌조성 등에 대한 책임이행 차원에서 등기이사직을 내놓을 정도로 '등기이사'직의 상징적 의미는 물론, 경영책임에 대한 무게가 막중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다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3세 경영인들이 대부분 등기이사로 활동중이라는 점에서 삼성 3세들이 미등기이사로 남을 경우 그룹전체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이우현 OCI부사장 등은 현재 등기이사로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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