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SK그룹이 24일 인사에서 부회장단을 새로 구성하고 신진 세력을 대거 등용한 것은 정체된 그룹 성장 동력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통신 부문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사활을 건 중국 사업도 지지부진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예상보다 큰 폭의 변화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부회장단의 신설이다. 부회장단은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수석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수장을 맡았다. 여기에 김신배 SK C&C 부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박영호 SK(주)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보임되면서 진용을 갖췄다. 아울러 최상훈 SK가스 사장과 김용흠 SK에너지 화학CIC 사장도 가세해 그룹의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컨트롤타워의 구도를 완성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친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장단으로 편성돼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아 성장 방향을 잡아 갈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을 보좌하고, 지원하는 최정예 브레인집단으로서 후계자 발굴과 양성이라는 역할도 함께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SK 부회장단이 그룹의 미래 전략을 그려간다는 점에서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조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이끄는 만큼 그룹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단은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오너가 경영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부회장단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부회장단의 구성 면면에서 일말의 흔적이 드러난다. 이번에 부회장단에 합류한 이들은 그동안 그룹의 성장을 주도해온 'SK맨'들이 다수를 이룬다.

김신배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정만원 부회장도 SK네트웍스에서 SK텔레콤으로 옮기기까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룹이 최근 몇년간 통신 부문에서의 정체와 새로운 사업 모델의 부재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SK맨들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이들의 영광스런 퇴진을 위한 무대로 부회장단이 신설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설령 부회장단에 실질적인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이번 인사에서 전면에 등장한 젊은 리더들이 연착륙할 때까지만 측면 지원을 하는 제한적 업무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회장단이 재도약을 노리는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지, 일각의 우려대로 옥상옥이 될지는 내년에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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