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하정우 김윤석 주연의 영화 '황해'가 연말 극장가 흥행 상위권을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황해'는 데뷔작 '추격자'로 일약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나홍진 감독과 두 주연배우 하정우 김윤석이 다시 뭉쳐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추격자'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추격하는 사람과 도망가는 사람이 두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지점이 있다. 또 추격당하는 캐릭터의 배우가 하정우가 그를 쫓는 남자가 김윤석이라는 점 역시 유사한 인상을 준다.

지난 2008년 개봉한 '추격자'는 무겁고 잔혹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513만 관객을 모으며 국내 스릴러 영화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제작된 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추격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황해'는 제작 규모부터 '추격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 '황해'에는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고 국내영화 최초로 할리우드 배급사인 20세기 폭스 산하의 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이 직접 투자했다. 극 중반 등장하는 대규모 카체이스 장면은 이 같은 특징을 여실히 반영한다.

'황해'는 아내를 찾기 위해 청부살인을 맡고 밀항해 한국으로 오게 된 연변의 택시 운전사 구남(하정우 분)이 살인을 저지르기도 전에 살인범으로 몰려 쫓기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다. '추격자'의 연쇄살인범과 달리 구남은 자신이 죽이려던 남자가 다른 남자에 의해 살해되자 범인으로 몰려 경찰과 면가(김윤석 분), 태원(조성하 분)의 추격을 당한다. 면가는 구남에게 살인을 의뢰한 남자고, 태원은 살해된 남자와 관련이 있는 폭력조직의 보스다.

'황해'가 '추격자' 이상의 쾌감을 주는 첫 번째 요소는 대규모 액션 시퀀스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중국과 한국을 넘나드는 추격전, 20대의 차량이 전복되고 파손되는 대규모 카체이스 액션 시퀀스 등으로 관심을 모은다. 특히 대형 트레일러가 전복되는 장면은 보기 드문 스펙터클을 자랑한다.

'추격자'에 이어 다시 나홍진 감독과 팀을 이룬 유상섭 무술감독은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실감 나는 액션 장면을 연출해 '추격자'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스태프 150명을 동원해 부산시내 3km 구간을 통제하고 차량 50대 중 20대가 파손되는 대형 트레일러 전복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영화 '황해' 장면.

주요 캐릭터들의 한층 깊어진 드라마와 이들 사이에 숨겨진 미스터리도 '황해'에 더욱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추격자'가 하루의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 반면 '황해'는 두 달에 걸쳐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살인사건 배후에 감춰진 인물들의 비밀스런 드라마는 영화의 마지막에 놀라움을 선사한다.

주인공 구남은 아내를 찾아야 하는 절박함과 조직에 의해 제거당하기 직전의 지독한 상황에 빠진 인물이다. 한국에 일하러 간 아내의 소식이 끊어져 아내가 바람이 나지 않았을까 하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다. 빚에 쪼들리다 도박을 택했으나 상황은 악화돼 결국 청부살인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한다.

한국에 밀입국한 구남은 호시탐탐 청부살인을 노리며 준비하지만 막상 또 다른 일행이 몰려들어 문제의 남자를 살해한다. 구남은 살인범으로 쫓기는 신세가 되고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일당에게 의뢰한 태원에게도 쫓기게 된다.

여기에 살인청부업자 면가(김윤석 분)와 조직폭력배 두목 태원(조성하 분)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도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면가에게 살인을 의뢰한 주체는 누구일까. 태원이 살인을 의뢰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증거를 없애기 위해 태원은 면가마저도 없애려 하고 두 사람 혹은 두 조직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에 이어 '황해'로 한층 무르익은 연출력을 과시했다. 일부분 잔혹한 액션 장면으로 인해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건 사실이지만, 나 감독의 연출력을 깎아내릴 정도는 아니다.

세 배우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의 뛰어난 연기력의 조화도 영화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하정우와 김윤석의 연기 앙상블은 이미 '추격자'로 확인된 바 있다. 여기에 조성하의 연기까지 더해져 세 배우 사이에 환상적인 연기 조화가 이뤄진다.

'황해'가 '추격자'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는 22일 개봉한다. 개봉 8일째인 29일까지 130만명을 모았다. 배급사 측은 이 영화가 300만명까지 무난하게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쟁작 '라스트 갓파더'와 '헬로우 고스트'가 어떤 결과를 내느야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세 영화의 치열한 흥행 3파전에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황해' 촬영현장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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