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은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키로 결정하고, 이 같은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집권여당에서 대통령이 단행한 인사에 대해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부터 자신 사퇴를 촉구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안상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감사원장이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안 대변인은 "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에 따르는 일이고 이 정부와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 직후 원희룡 사무총장은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이같은 결론은 전달했다고 안 대변인은 밝혔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결론을 내린 데에는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권력을 감시해 할 감사원장에 부적합하다는 당 안팎의 여론이 높은데다, 위장 전입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청문회 전에 조기 수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말 동안 정 후보자에 대한 여론수렴에 들어간 안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봤고, 이에 최고위원 전원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변인은 "당에서 많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했고, 청와대 보다는 당에서 여론수렴하기가 더욱 좋다"면서 "최고위원 전원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앞서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감사원이 권력으로부터 중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라며 "한나라당이 당청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청와대 비서출신을 감사원장에 선임하는 것이 정당한 인사인지 치열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정 후보자의 선·후배로 구성된 한나라당의 인사청문위원에 대해 "전관예우는 퇴임 이후 금전적 이득을 유혹하는 명백히 잘못된 관행이고 공정사회에 위배되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역사와 국민 앞에 당당한 한나라당 돼야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면서 "정부인사가 잘못된 것이나 정책이 잘못됐다면 치열하게 바로 잡고 고쳐야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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