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래이, 가령 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다면 다른 아흔 아홉 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나."(고 구인회 LG 창업회장)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고(故) 구인회 LG 창업회장의 품질 최우선 철학을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 전파, 임직원들의 품질의식 고취에 나섰다.

13일 LG전자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올초 TV 등을 생산하는 멕시코 레이노사(Reynosa) 법인을 방문하고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어록이 한국어·영어·스페인어로 번역돼 액자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LG전자의 전 세계 모든 해외법인에 전파토록 했다.

이에 따라 창업회장의 품질철학은 한국어, 영어는 물론 전 세계 80여개 LG전자 판매·생산법인이 소재하고 있는 국가의 언어로 제작 및 전달돼 임직원들의 품질의식을 높이는데 일조하게 된다.

이 품질경영 어록은 창업회장의 자서전인 '한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에 담긴 내용으로, 창업회장이 LG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를 1947년에 설립하며 내놓은 화장품인 '럭키크림'을 본격 생산·판매할 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당시 '럭키크림'은 시장 반응이 뜨거워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크림통을 다루다 보니 깨지거나 금간 용기에 크림을 담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창업회장은 "이는 럭키크림을 사는 고객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일"이라며 사장인 자신이 직접 감독하거나 생산직원들 사이에서 일일이 불량용기 선별작업을 했다.

이를 본 동생 구정회 당시 락희화학공업사 부사장이 사장이 그런 일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고 하자, 이에 대해 구 창업회장이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이후 창업회장은 파손되지 않는 럭키크림 용기를 고민하던 중 가볍고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연구해 이후 LG가 플라스틱 산업에 본격 진출하는 계기로 발전시켰다.

한편 구 부회장은 지난 3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2011년 시무식에서 '품질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품질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전사 조직개편 시 사장급 경영혁신부문을 신설해 품질관련 조직도 강화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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