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33살 여배우의 저력은 여전했다. 특유 깊은 연기. 맡은 캐릭터 길라임은 이내 춤을 췄다. 흥은 그대로 머물지 않았다. 상대 배역까지 덩실거리게 했다. 배우 하지원의 힘이다.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춤추게 했다.

4년만의 안방극장 복귀. 길은 평탄하지 않았다. 새 도전이었다. 국내 드라마 처음으로 스턴트우먼을 맡았다. 멜로와 액션의 동시 소화. 부담은 감안할 여유조차 없었다. 소속사 관계자는 “당초 섭외에 응한 건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뒤바뀌는 판타지 멜로 설정 때문”이라며 “스턴트 연기는 뒤늦게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원은 이에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난관에도 웃음진 건 고수해온 연기 철학 덕이다. 그는 새 도전에 익숙하다. 2003년 MBC ‘다모’에서 좌포청 소속의 다모 채옥으로 분해, 화려한 검술과 무술을 뽐냈다. 2006년 KBS ‘황진이’서는 칼춤 포함 다양한 고전무용을 선보였다.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서는 권투 씬을 찍다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꼼꼼한 직업의식이 가져다 준 영광의 상처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다모’는 높은 시청률은 물론 마니아까지 양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2004년 SBS ‘발리에서 생긴 일’도 마찬가지. 인상 깊은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몇 달간 부산사투리를 익히고 참여한 2009년 영화 ‘해운대’는 천만 관객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노력에 따른 성공. 그 법칙은 ‘시크릿 가든’에서 또 한 번 재현됐다. 시청률 30%대 고지 안착은 물론 패션, 헤어 등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OST 수록곡들은 각종 음원차트서 모두 상위권을 달린다. 지난 15일 ‘OST 콘서트’는 추위에도 불구 5분 만에 표가 매진되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다.

대다수 제작진은 그 일등 공신으로 하지원을 손꼽는다. 극본을 맡은 김은숙 작가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여배우를 처음 본다”며 “몸을 사리는 법이 없다. 스타지만 뭐든 성실히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잠을 못하는 빠듯한 일정에 어쩌다 1시간 휴식시간이 나도 30분 씻고 30분 운동을 한다”며 “잠을 자면 얼굴이 붓는다며 30분간 줄넘기를 한다. 예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극찬했다.

다른 제작 관계자는 “하지원은 스턴트 연기 소화로 촬영 내내 온몸이 멍투성이였다”며 “아파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 덕에 배우, 스태프 모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를 향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털털하고 소박한 성격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막을 내린 길라임의 이야기. 하지원은 다시 출발선상으로 옮겨졌다. 더 커진 대중의 기대. 우려의 시선은 없다. 그간 연기철학 고수로 이를 씻어냈다. 비밀의 정원을 막 통과한 하지원. 그가 앞으로 어떤 옷으로 입고 길라임의 그림자를 지울 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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