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일본 2위 자동차 제조업체 닛산이 향후 3년간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을 크게 줄일 계획이다.

조셉 피터 닛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엔 강세 영향으로 일본에서의 수출을 줄이는 대신 해외시장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해외시장에서 현지화 생산을 한다는 계획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닛산은 연간 일본 내 생산량을 100만대로 유지한다는 약속을 지킬 계획이지만, 해외에서의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해외 공장 생산량을 향후 5년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피터 CFO는 "엔 강세가 우리의 기존 계획에 속도를 내게 했다"며 "향후 3년간 일본에서 수출하는 자동차 규모를 크게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5년간 생산량을 늘리는 공장은 해외 소재 공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등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엔 강세에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일부는 이미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는 일본에서 연간 300만대 생산을 유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도요타의 아키오 도요다 사장은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모델 생산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임을 시사했다.

피터 CFO는 "3월31일로 마감되는 2010년 회계연도에 엔·달러 환율은 80~83엔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일 엔·달러 환율은 82.14엔에 거래를 마쳤다.

그는 이어 "엔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1엔 하락할 때마다 닛산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180억엔(2억1900만달러) 줄어든다"며 "이는 우리의 가격 구조상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엔·달러 환율이 90엔을 밑돌 경우 소형차를 일본에서 수출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피터 CFO는 이미 발표된 로그와 마이크라 외에 어떤 모델이 해외 생산으로 전환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닛산은 가나가와현 공장에서 생산하던 마이크라 모델을 오는 3월부터 태국에서 생산키로 결정했다. 또 오는 2013년부터 로그 생산을 기존 큐슈현 공장에서 미국 테네시주 소재 공장으로 이전키로 했다.

한편 지난해 닛산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 오른 408만대로 혼다의 356만대를 넘어서면서 일본 2위 자동차 업체로 올라섰다.

공수민 기자 hyunhj@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