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윤증현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유·통신사를 향한 공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윤 장관은 9일 오전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유와 통신 등 독과점 산업의 경쟁 확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기자단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유통 과정의 독과점적 성격 등 구조적 문제"라며 정유·통신사를 콕 집어 거론했다.

그는 "시장에서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강한 항의를 받는 품목이 바로 기름값과 통신비"라고 강조하며 "한국 사람들의 통신 이용량이 많아 통신 3사가 지난해 3조6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정유사도 3분기에만 2조3000억원 이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건 소비자로부터 나오는 이익"이라며 "유통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가격 인하 요인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 때문에 석유제품 가격과 통신비 모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가격 결정 구조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라며 "관계부처에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들여다보라고 요청한 건 어찌보면 소비자 대표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군기를 잡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장관은 "악역이 하나쯤 있어야 질서가 바로잡히지 않겠느냐"며 분야별 가격과 유통구조를 살피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래묵은 과제인 서비스 산업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서비스 선진화는 1석 3조, 1석 4조를 기대할 수 있는 부문"이라며 "내수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며 대외의존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윤 장관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공 의료체계 훼손 가능성에 대해 "영리 의료법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공적 의료체계가 중단되면 절대로 안된다"며 "상호 보충형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정부도 깊이 유의하고 있다"고 했다.

도입 마지막 단계에 와있는 일반의약품(OTC) 슈퍼 판매 문제에도 방점을 찍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밤 10시가 넘어 배탈이 나면 소화제를 하나 사먹으려 해도 문을 연 약국이 없다"면서 "자신에게 맞는 안전한 소화제 정도는 개인들이 더 잘 안다"고 했다. 윤 장관은 나아가 "OTC라고 하면 필요성이 잘 와닿지 않는데 이걸 가정상비약으로 바꿔 부르는 것도 인식 전환을 위해 고려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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